가을 어느 날 가을 어느 날 은행잎 뒹구는 가을 날 어느 죽음을 슬퍼해서일까 밤새 천둥은 잠든 의식을 깨우며 어둔 창문에 섬광을 비춘다. 그토록 곱던 단풍잎은 낙엽(落葉)되어 사라지고 앙상한 나목(裸木)이 진열된 거리는 깊은 우수(憂愁)에 젖어있다. 세 계절의 황홀함이 양안(兩眼)의 조리개 안에.. 나의 창작시 2018.10.29
나이아가라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 화면(畫面)에서 동경하던 폭포를 그 자리에서 직접 보던 날 엉겁결에 소스라치며 벌린 입을 나는 다물 수 없다. 일제히 쏟아지는 큰 강물의 경악과 비명은 거대한 함성이 되고 핵폭탄이 터진 듯 물보라는 구름 되어 하늘로 솟는다. 근원(根源)도 모르고 흘러온 사연(事緣).. 나의 창작시 2018.10.26
가을 숲길에서 가을 숲길에서 산림로(山林路)를 따라 승용차 바퀴는 방금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오색(五色) 단풍잎 장식된 터널을 황홀하게 통과하고 있다. 그 길은 차라리 낙원으로 가는 길이라 하리 도시(都市)에는 없는 별천지가 하늘에서 내려와 전시(展示)되어 그 숲은 지나는 길손의 혼을 뽑아 올.. 나의 창작시 2018.10.24
단풍(丹楓) 단풍(丹楓) 화투장 시월 풍단(楓丹)보다 더 짙은 뒤섞인 각목(各木)의 혼들이 임종(臨終)의 숨을 몰아쉬는 숲에는 송별의 미사가 드려지고 있다. 미사(美辭)와 여구(麗句)의 꾸밈이 없이 나무들의 살아온 이력(履歷)을 사실대로 드러내 보이는 심판(審判)의 판결문이 색깔로 나부낀다. 열정.. 나의 창작시 2018.10.22
가을에 올리는 기도 가을에 올리는 기도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민망한 못다 털어낸 욕망의 깃털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닙니다. 그토록 따사롭던 여름 햇살에 퉁퉁 부어오른 씨방마다 탐스런 과실들 농익을 때 나만 아직 여물지 못하였습니다. 황홀하게 살아온 단풍잎은 앞마당까지 내려왔.. 나의 창작시 2018.10.20
코스모스 꽃 코스모스 꽃 비포장 신작로(新作路) 멀기만 하던 학교길 공활(空豁)한 하늘 아래 다홍(多紅)빛 코스모스 서늘한 가을 바람에 스러질 듯 흔들렸어도 어머니처럼 꼿꼿하게 애련(哀憐)을 견디며 피던 꽃아 근사(近似)한 세월 다보내고 찬 이슬 내릴 적에 함초롬히 피다 지던 그 모양(模樣)이 .. 나의 창작시 2018.10.09
추수(秋愁) 추수(秋愁) 한로(寒露)가 잎들마다 홍황색으로 염색하고 바람은 풀 섶을 헤집으며 열매를 촉구하니 산야는 하루가 다르게 황혼(黃昏)으로 물들고 잡초들은 형형대로 씨방을 봇짐처럼 오므린다. 생각하면 잇닿아온 시간마다 색색의 아련한 사연들도 가슴에 새겨진 문신처럼 삭제 못할 설.. 나의 창작시 2018.10.08
추우(秋雨) 추우(秋雨) 얼마 전 대관령을 지날 때 가을이 들국화와 함께 웃더니 며칠 만에 경읍(京邑)에도 염섬(廉纖)이 가을을 재촉한다. 수억(數億)의 목엽마다 추우(秋雨)는 온종일 염색하고 들풀까지 샅샅이 수색하여 고운 물감을 뿌린다. 시기를 감지(感知)한 듯 잎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사.. 나의 창작시 2018.10.06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 꽃 장맛비 쏟아지던 여름 어느 집 울타리 곁에 진분홍 곱게 핀 배롱나무 꽃 내 마음을 확 잡아끌더니 가을이 가는 아직까지 립스틱보다 짙은 빛으로 가을 남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흔들고 있는가. 사랑이 달아오를 때면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가 기다리다 지칠 때면 시뻘겋게 멍.. 나의 창작시 2018.10.05
큰 나무(수주 중앙교회 창립기념 주일) 큰 나무(수주 중앙교회 창립기념 주일) 열아홉의 연륜 나이테 마다 사연을 새기며 가지 잎 뻗어 그늘을 이룬 나무 시냇가에 뿌리박고 단비로 잎을 적셔 긴 가뭄과 혹한의 겨울에도 삭정이 없이 자란 푸른 나무여 넓은 그늘 아래 피곤한 이들 모여 말씀의 떡 찬양의 생수 성령의 위로가 있어 편이 쉬는 곳 가지는 동서로 뻗어 경계를 넘어 바다 저편까지 열매는 알알이 맺어 맘 가난한 이들의 영혼의 양식이 되는 거목이 되리라. 나의 창작시 201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