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옻칠한 듯한 밤은 산릉선마저 지우고별들은 말없이 숫자를 세고 있다.나는 눈에 수면 안대를 쓰고도 깨어 있고생각은 끝없는 미로를 걷는다. 베개의 오른쪽엔 어제가 눕고다른 한쪽 끝엔 내일과 모래가 웅크린다.밤새워 뒤척이며 만리장성을 쌓고 충혈된 눈동자로 흐릿한 새벽을 바라본다. 깊은 침묵 속에 흐르는 세월의 굴곡밤의 고요함보다 더 큰 외로움늙은 몸은 길게 눕고기억조차 사라지는 듯한 어둠만 나를 덮는다. 내가 잠들지 못한 이유는시간이 나를 따라와서가 아니다.시계의 초침이 날카로워서도 아니다.늙는 병이 밤의 평온을 훔쳐 꿈조차 가로채서다. 마침내 기다리던 새벽이 문을 두드리면나는 잠이 든 척 고개를 돌린다.창문을 뚫고 들어 온 빛이 어둠을 삼킬 때 또다시 흔들리는 하루가 시작된다.202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