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에 올리는 기도

신사/박인걸 2018. 10.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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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올리는 기도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민망한

못다 털어낸 욕망의 깃털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닙니다.

 

그토록 따사롭던 여름 햇살에

퉁퉁 부어오른 씨방마다

탐스런 과실들 농익을 때

나만 아직 여물지 못하였습니다.

 

황홀하게 살아온 단풍잎은

앞마당까지 내려왔는데

철늦은 플라다나스 잎처럼

아직도 나는 시푸릅니다.

 

언제나 한 발 늦게

꾸물대는 나무늘보처럼

좋던 계절 다 흘려보내고

이제야 뒤늦게 후회하오니

 

한 뼘 남은 가을 햇살을

놓치지 않게 하셔서

늦게 피는 국화 송이처럼

나도 우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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