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 숲길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만만 가지를 뻗어 비탈의 절반을 차지한 부자 나무가 교만하다.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영양실조에 걸린 나무들이 바동거리며 몸부림쳐도 슬픔과 가련함뿐이다. 거목이 문어발을 뻗어 거대한 군락을 이룰 때 발붙이려던 잡목들은 눈물을 삼키며 떠나야 했.. 나의 창작시 2018.04.16
진달래 꽃 진달래 꽃 삼천리금수강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매년 눈물로 피는 꽃이여! 임진왜란에 전사한 젊은 병사의 선혈과 병자호란에 쓰러진 무명용사의 영혼들이 봄이 오면 산과 골짜기에 붉은 진달래로 다시 핀다. 삼십 육년 강점기와 육이오 때 죽은 넋들이 슬픈 꽃망울을 터트리고 이 땅에 .. 나의 창작시 2018.04.15
피지 못한 꽃 피지 못한 꽃 이른 봄 꽃 망울이 하얀 꿈을 터트릴 때 지난 밤 봄 서리가 고운 그리움을 앗아갔다. 꽃 한 송이 피워내려 아픈 눈물을 삼키며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긴긴 겨울을 견디었다. 피 망울 맺힌 입술을 송곳이로 짓누르며 애틋한 사연들은 명치끝에 감추어두었다. 봄꽃들이 꽃 필 무렵 그리움을 토해내며 닫은 가슴을 활짝 펴고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쓸쓸히 사라져야 하는 못 다 핀 꽃 한 송이 서럽게 흐느낀다. 2018.4.14 나의 창작시 2018.04.14
봄날의 단상 봄날의 단상 봄은 길을 따라 오지 않고 아무데나 밟으며 온다. 산등성이나 늪지대나 가파른 절벽으로도 온다. 더딘 밀물처럼 바다 저편으로부터 좋은 냄새를 마구 풍기면서 완두콩 빛깔로 다가온다. 총각 처녀의 가슴을 폭풍처럼 마구 흔들면서 그리움과 설레임을 흩뿌리면서 파고든다. .. 나의 창작시 2018.04.14
어느 가로등 어느 가로등 언제 부터인가 집 앞 가로등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어둠을 환히 밝힌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황금빛 등불은 오가는 길손들까지 정겹게 지켜준다. 내 마음 입구에도 가로등 하나 걸어놓고 어둠을 몰아내고 언제나 밝게 살고프다. 눈비 바람에도 한 점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키.. 나의 창작시 2018.04.07
백목련 백목련 삭막한 겨울을 막 벗어날 즈음 잔설이 아직 가슴에 박혔더니 길목에 활짝 핀 백목련에 님을 만난 듯 녹아 내렸네라. 며칠 밤 혼곤히 자고나니 밤비에 후줄근히 젖어 어지간히 낙화한 처량한 꽃잎이 덧없음에 가슴이 아팠네라. 그토록 빨리 질것이면 차라리 곱게 피지나 말 것을 어.. 나의 창작시 2018.04.05
4월 사월 사월 산천은 붉게 달아오르고 대지의 심장은 힘차게 박동한다. 목련꽃잎 내려앉고 진달래 활짝 웃고 살구꽃 나비되니 라일락이 기다린다. 나비는 길을 잃고 바람도 방황하며 산새도 꽃에 취해 온 종일 혼곤하다. 짧게 지나가는 현란한 꽃향기에 몽롱한 나그네도 잠시 취해본다. 나.. 나의 창작시 2018.04.04
벚꽃 벚꽃 벚꽃 분홍빛으로 곱게 피는 거기 그 길을 걷노라면 꽃잎만큼 고운 당신얼굴이 꽃송이 안에서 활짝 웃는다. 황금빛 가로등불이 꽃길을 환하게 비췰 때면 송이 꽃 아래 곱게 웃던 그대가 꽃잎처럼 날아 내려 올 것만 같다. 눈이 멀 정도로 사랑에 빠져 꽃 숲에 정답게 마주 앉아 꽃송이.. 나의 창작시 2018.04.01
부활절 부활절 갈보리산 위에 흉측하게 선 십자가에 창조주의 아들이 무고하게 달려 죽던 날 살적을 꿰뚫던 망치소리 온 우주에 메아리쳐 원죄로 죽은 영혼들 귀에 구원의 소식으로 부활하고 갈기갈기 찢긴 상처에서 샘처럼 솟은 붉은 피는 천만인의 가슴 깊이 사랑의 꽃으로 부활했네. 북어처.. 나의 창작시 2018.03.30
춘분 춘분 네 번째 절기가 오면 산수유 노랗게 핀 양지바른 언덕위로 짝 찾는 노랑나비가 날고 어린 누나의 유두처럼 살구꽃 망울이 부풀 때면 봄바람은 소년의 가슴을 들쑤시며 휘저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새싹이 치미는 들녘에는 향기로운 봄기운이 활화산처럼 분출하고 연둣빛 햇살이.. 나의 창작시 201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