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추(今秋) 금추(今秋) 셋째 계절이 산 정상에 앉아 서경(西境)까지 신호를 보내며 서늘한 바람을 불어모아 느릿느릿 하강하고 있다. 명(命)을 다한 잎들은 가쁜 호흡에 멍이 들어 붉거나 노란 빛을 토하며 촛불처럼 사그라진다. 녹록하지 않은 한 해를 거칠게 산 흔적들이 이파리마다 뚫린 구멍에서 .. 나의 창작시 2018.09.17
동심화(童心花) 동심화(童心花) 도시 화원(花園)에는 온통 외래이름의 꽃들이 황홀(恍惚)한 빛을 토하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도로(道路)중앙분리대에는 모국(母國)을 떠난 페튜니아가 매연을 뒤집어쓴 채로 흐느끼면서 떨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햇살은 벽돌담에서 노는데 봉숭아 분꽃 배추.. 나의 창작시 2018.09.12
백로(白露) 백로(白露) 추분(秋分)으로 가는 길목에 메밀꽃 출렁이는 어느 날 아련히 되살아나는 네 모습에 울컥 눈물이 고인다. 어둠이 가득한 마을에는 가을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고 꽃향기 자욱한 밭둑길로 우리는 조용히 걸었었다. 그리움 고인 너의 눈동자는 가을꽃처럼 슬펐고 고백(告白)하지 .. 나의 창작시 2018.09.12
노목(老木) 노목(老木) 신들이 산다는 태백산 정상에 화보(畫報)에 게재 되는 나무가 절반은 중풍 병에 걸린 채로 매정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아득한 언제부터인가 몸의 절반이 기능(技能)을 잃고 삭정이가 된 가지에는 새들도 앉기를 거부(拒否)한다. 고독은 산정(山頂)만큼 쌓이고 아픔은 목근.. 나의 창작시 2018.09.07
밤의 은총(恩寵) 밤의 은총(恩寵) 시인/박인걸 밤이 점령한 공간을 동광이 서서히 밀어내면 매일 세상(世上)은 태초(太初)가 재현(再現)된다. 바다가 출렁이고 산이 드러나고 새가 하늘을 날고 꽃들이 서로 보며 웃는다. 밤은 매일 한 번 씩 자연(自然)을 수선(修繕)하여 아침이 오면 모두에게 산뜻한 선물을.. 나의 창작시 2018.09.06
하일(何日) 하일(何日) 간대미 사거리에는 꼬리를 무는 차랑 행렬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는 굉음을 뿜으며 바삐 가는데 안산(安山)에 들어서면 속박(束縛)없는 해방(解放)이 나무높이 만큼 차올라서 쫓기는 가슴이 안온(安穩)하다. 둥지를 떠난 까치들이 경계선(境界線)없이 노.. 나의 창작시 2018.09.05
궁핍(窮乏) 궁핍(窮乏) 궁핍한 시대가 있었네라 초근(草根)을 삶고 목피(木皮)를 벗겨 소금물에 찍어 먹었네라. 춘궁(春窮)고갯길이 철령(鐵嶺)만큼 험악하여 끝내 못다 오르고 저승길로도 사라졌네라. 두가리에 뒹군 도토리와 끈적이는 송고(松膏)떡으로 연명(連名)하던 시대에도 의식(意識)은 살아.. 나의 창작시 2018.09.03
철로(鐵路) 철로(鐵路) 가공(加工)의 두 길이 평행을 유지한 채 일치의 양보(良保)없이 그곳까지 이어진다. 진리가 분리(分離)되어 실체가 되어버린 양선(兩線)으로 이어진 일체의 본질(本質)이여 견제(牽制)와 균형으로 의좋은 부부(夫婦)처럼 숙명(宿命)의 상봉을 조화로 엮은 신의여 철마의 전행(轉.. 나의 창작시 2018.09.01
회상(回想) 회상(回想) 출생에서 절명까지 그 장단(長短)을 뉘 알리요만 유습(遺習)을 뒤로하고 신심(信心)을 추구하였네라. 경쟁을 모면(謀免)하려 비겁한 은둔을 기피하고 항간(巷間)을 왕래하며 치열하게 생존하였네라. 희비의 쌍곡선을 위태롭게 곡예하며 영욕(榮辱)이 교차되는 중심점에 서왔네라. 유혹(誘惑)을 경계하고 수신(修身)을 바로 세워 지향점을 응시(凝視)하며 분전역투 하였네라. 회한(悔恨)이 교차되는 험로(險路)를 질주하였으나 지금 와 회상(回想)하니 지고(至高)의 은총뿐 이러라. 2018.8.31 나의 창작시 2018.08.31
진실(眞實) 진실(眞實) 가을 초입(初入)에선 목엽(木葉)들이 무겁다. 청춘(靑春)을 흘려보내고 요적(寥寂)의 순간을 맞는다. 곤충들은 숲을 떠났고 만화(晩花)는 빛깔이 슬프다. 무거운 그늘이 짓누른 숲에는 풀벌레도 음성을 낮췄다. 일말의 거짓도 없이 자연(自然)은 줄곧 진실하고 천지의 이어 돎의.. 나의 창작시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