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 민들레 꽃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지만가장 먼저 봄을 여는 꽃겨울의 강을 건너왔다며노랗게 웃으며 말한다. 쇠똥에도 털썩 주저앉는 몸밟혀도 잃지 않는 웃음가장 낮은 빛으로 피어나맑은 하늘을 품는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며자리를 가리지 않는 삶으로작은 잎 넓게 펼쳐세상을 푸르게 덧칠한다. 소리 없이 넓혀가는 영역흔하고 낮지만 멈추지 않고어머니처럼 억세게 살아내는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2025,4,15 나의 창작시 2025.04.15
존재의 가치 존재의 가치 곰곰이 생각해보면인간은 빙산처럼 조용히 지워진다.누군가를 떠나보낸 그 날부터길 위에 서 있는 그림자들은불러주지 않으면 사라진다.이름이 지워진 우편함 앞에서나는 내 주소를 더듬는다.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것들만이때로는 더 많은 말을 남긴다.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과연 내 존재의 증거인가.어쩌면 모든 삶은스스로에 대한 질문일지 모른다.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는몸짓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2025,4,14 나의 창작시 2025.04.14
낙화의 설움 낙화의 설움 그 짧은 봄이 저문 자리꽃 송이 딍굴며 진혼의 비를 맞는다.한때 월계관처럼 찬란하던그 영광도 이제는 바람의 흙발에 밟힌다.곱던 빛깔은 얼룩에 곰팡이 슬고그 향기조차 바람에 팔려 떠돈다.남은 건 텅 빈 가지의 깊은 침묵과꽂진 자리의 공허함만 맴돌 뿐이다.뿌리도 품지 못한 마지막 한 송이땅에 닿기도 전에 의미를 잃고설웁게 설웁게 울고 있다.달빛조차 등을 돌린 밤의 무릎 위에서일시적 각광(脚光)은 유리그릇 같아소슬바람에도 스스로 무너진다.꽃처럼 허무한 인생아!순간 빛나고 영원히 저무는 운명이여!노쇠는 약속이고 슬픔은 그림자라고낙화는 말없이 그 진실을 웅변한다.2025,4,13 나의 창작시 2025.04.13
살구 꽃 그리움 살구꽃 그리움 먼저 피어나는 건 언제나기다림보다 더 큰 아픔이다.담장 위에 매달린 그 고운 빛 잎새 하나고향 어귀 바람보다 먼저 터진 서러운 가슴너는 봄의 앞날개한 송이 곱게 피울 때마다나는 잊은 줄 알았던 이름을 또 부른다.슬픈 죽음처럼 곱고 조용한 너살구꽃이 진다는 건누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싸리 울타리 너머로 뻗은 가지 끝에어머니 목소리가 꽃처럼 피면 짙은 흙냄새 속에 묻은 유년의 그림자낮은 담벼락에 귀를 대면 꽃잎 속삭이는 소리 들린다.이곳이 너의 처음이며너는 아직 내 그리움의 끝에 서 있다.2025,4,12 나의 창작시 2025.04.12
복사꽃의 노래 복사꽃의 노래 봄바람은 먼 고향을 떠올린다.낡은 흙벽돌 담장 너머진홍빛 복사꽃 눈뜨는 봄날사월은 다시 처음처럼 시작된다. 피를 토하듯 붉은 꽃잎 하나가 피기까지언 발 땅에 묻은 겨울의 신음과서릿발에 입술 깨문 꽃눈의 기다림을 복사꽃은 뜨겁게 외친다. 참아 낼수록 붉게 타오르고기다릴수록 환희가 되는 순간이 오며산수유 웃음보다 조용하고진달래꽃보다 그 붉음은새벽마다 엎드리는 어머니의 기도와 같다. 마을의 정적 위로종소리처럼 번지는 핏빛 꽃잎과냉이 꽃 새하얗게 핀 밭둑에흙을 헤집고 나오는 숨소리처럼복사꽃은 그런 봄의 깊은 속살이다. 지붕마다 붉은 연기가 차오르고골목마다 짙은 눈빛의 아이들이 재잘댈 때그건 복사꽃이 아주 조용히마음껏 노래한 봄 때문일 것이다.2025,4,11 나의 창작시 2025.04.11
구름 나그네 구름 나그네 이름도 뿌리도 없는떠도는 흰 그림자 하나창공을 유영하듯 가로지른다.바람이 부는 대로머무름 없이 흘러가는 그 몸짓은어느 누구의 울림도 붙잡지 못한다. 그 안에 담긴 건 무엇이던가.다 닿지 못한 그리움인가.지워지지 않은 기억의 그림자인가.혹은 떠도는 삶이 남긴 하나의 긴 한숨인까.누가 구름을 길 잃은 자라 부르랴.언제나 경계의 갈림길에서아무런 망설임 없이 흘러간다. 흐름 그 자체로 존재하며말 없는 허공과 대화하듯자유의 언어로 무작정 흘러간다.그리고 문득 자신을 들여다본다.어디에도 붙잡히지 못한그 부유(浮遊)의 쓸쓸함 속에서진정한 자유(自由)는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깃든다는슬프고도 아름다운 진실을 알려준다.2025,4,10 나의 창작시 2025.04.10
벚꽃 벚꽃 사랑은 늘 벚꽃처럼 피었다.꽃잎은 바람을 연인 삼아가지 끝마다 기다림이 매달려이별처럼 흩날렸다. 우리는 꽃길을 늘 함께 걸었다.낭만이라는 말조차 어색할 만큼그 순간은 너무나도 설레어서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한 줄기 바람에꽃잎이 떨어질 때마다아주 천천히 너무나 아름답게나는 너를 놓아주었다. 지금도 벚꽃이 필 때면그 길을 홀로 지나간다.다시 피는 건 꽃뿐이지만그때의 우리는 아직 그곳에 있다.2025,4,9 나의 창작시 2025.04.09
늦게 피는 꽃 늦게 피는 꽃 응달진 산비탈에 햇살이 더디게 겨우 스친다.양지에 피어난 꽃 모두 질 적에찬란함도 요란함도 없이조용히 아주 조용히 꽃 한 포기 피었다. 뿌리를 감추고 시간을 삼키며돌보다 단단한 의미를 품은 채꽃은 소리 없이 피었다.일찍 핀 꽃도 아름답지만늦게 피어나 더 곱다. 대기만성의 심연 속에서끈기라는 이름의 뿌리를 키우며성취는 오랜 침묵 끝에 도착했다.늦게 핀 꽃은 지각이 아니라인내라는 이름이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이며꽃은 빛깔보다 향기로 말한다.짙게 풍기는 향기에마음은 이곳에 저절로 머물고 기억은 향기로 되살아난다.2025,4,8 나의 창작시 2025.04.08
목련 꽃 목련 꽃 얼어붙은 시간 끝에서제일 먼저 입을 연다.가장 일찍 피어속히 사라지는 꽃 그대는 그리움의 형상서릿발의 긴 밤을 견딘순정한 의지로봄을 밀어 올리는 손 꽃잎마다 묵상처럼떨리는 사랑이 있고꽃송이마다 눈물처럼맺힌 정이 있다. 하늘이 세상에 내린작은 성물 하나땅에서 피어나하늘을 닮은 얼굴이다.2025,4,7 나의 창작시 2025.04.07
양지와 음지 양지와 음지 햇볕은 차별 없이 대지를 덮고그림자는 말없이 그 뒤를 따른다.온 세상에 피어나는 들꽃은각기 형형의 자태를 뽐내지만그 뿌리는 음습한 토양에 묻혀있다. 양지에는 진실이 자란다고 하지만거짓은 더 깊이 뿌리내려의의 얼굴을 흉내 내며불의는 정의의 얼굴을 빌린다. 천사의 노래는 조용히 퍼지나악마의 속삭임은 더 감미롭다.사람들은 빛을 찾아다니지만길게 늘어진 음지에는극단의 가면을 바꿔쓴 선과 악의 유희가 난무한다. 도시는 번화한 문화를 자랑하지만뒷골목에는 굶주린 영혼이 웅크려 있다.양지가 찬란할수록음지는 더 아프고 냉혹하다.빛을 쫓아 살기 원한다면그림자를 응시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2025,4,6 나의 창작시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