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구름 몇 점 떠 있는 하늘 아래그토록 아름답던 능소화는 모두 졌다.아무도 심지 않은 나팔꽃이전봇대를 타고 오르다제풀에 꺾여 스러지고,이름 모를 희끄무레한 꽃 하나희미한 미소로 길손을 바라본다. 스러져 가는 계절에는안타까운 사연들이 사방에 널려있다.허리 굽은 노인은 신호등 앞에 서서자신의 허리를 휘게 한 시간을 바라보고,폐지를 줍는 할머니는자신의 무게를 손수레에 싣고힘겹게 길을 끌고 간다. 약봉지를 손에 들고 지팡이를 짚은우수에 잠긴 노객의 뒷모습이 가엾다.시간에 쫓기는 귀뚜라미는대낮인데도 건물 귀퉁이에서 운다.이제 태양의 빛마저 짙은 그늘에 밀려아파트 지붕 위에 모여 앉았고이성을 잃은 기계들만 붕붕거리며미친 짐승처럼 도시를 활보한다. 경계석에 발을 얹고 잠시 바라본 가을은기침 소리와 앓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