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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플리페모스

외눈박이 폴리페모스 얼마 전, 절찬리에 상영되어 누적 관객 1,200만명을 넘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는 오디세우스 일행을 위협하는 무서운 괴물,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등장한다. 이 거인은 이마 한가운데에 커다란 눈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 단 하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괴물의 특징은 압도적인 물리적 힘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인 파멸을 자초하는 원인이 된다. 신화 속 키클롭스 족의 폴리페모스는 외눈으로 세상을 보기에 입체성과 깊이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자기중심적 욕망과 편협한 시각에만 갇혀 살아가며, 결국 오디세우스의 지혜 앞에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이 신화적 상징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깊은 영적 성찰을 건네..

박인걸 컬럼 12:06:46

가을 편지

가을 편지 마른 잎들이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오래 접어 둔 안부처럼 내 발끝에 내려앉는다.다듬지 못한 문장들이 저녁 하늘에 번져고운 노을로 겨우 제 이름을 얻을 때나는 아직 그이에게 보낼 말을 고르고 있다. 강물은 깊은 침묵 속에 제 그림자를 지우고강가의 잡초는 비워 낸 만큼 가볍게 흔들린다.채우려 몸부림치던 날들이 너무 쉽게 흩어질 때나는 무엇을 붙들려고 이토록 오래 서 있었나 가을은 대답 대신 서늘한 숨결만 건넨다. 기다림을 오래 두면 빛이 바래는 것을가을 들녘에서 나는 조용히 깨닫는다.사라지는 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지지는 일은 왜 이토록 쓸쓸하고 아쉬운지 나는 끝내 두 질물은 던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 편지를 부치지 않기로 한다.주소 없는 계절의 우체통에 마음만 넣어두고낙엽 위에 남은 온기로 ..

나의 창작시 2026.10.14

가을비 오던 날

가을비 오던 날 오후 다섯 시 반, 도시는 천천히 낯빛을 잃어가고젖은 나뭇잎은 버스 정류장 바닥에 낮게 눌어붙고우산을 접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잊은듯했다.나는 오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떠나간 것들이 남긴 무게를 재어보았다. 빗소리는 깊이 접어 둔 편지 속에서 번졌다.읽히지 않은 활자들이 발코니 끝으로 떨어졌다.형광등은 아직도 희미하게 떨리고나는 희미한 불빛 아래 늙은 얼굴로 서 있었다.사랑이라 부르던 것들이 젖은 채 식어갔다. 아파트단지 가로등 아래 그림자가 지워지는 동안저무는 것들이 그토록 아름다운지 나는 묻지 않았다.손바닥을 펴 빗방울의 짧은 생애를 받아볼 때빗물은 닿자마자 나의 일부가 되었고나는 조금씩 사라지는 사람이 되었다. 밤이 왔을 때 비는 그쳤고 나는 그치지 않았다.고인 빗물 속에 ..

나의 창작시 2026.10.13

시월 오후(午後)

시월 오후(午後) 50층 리첸시아 아파트는제 그림자를 아래로 던지고낮은 아파트들은 그 그림자 아래서 늙어간다.마로니에는 수의로 갈아입는 중이고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이 창백하다. 가을은 이파리마다 붉은 울음을 토하고벽에 부딪힌 햇살이 깨진 유리처럼 이마로 쏟아진다.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묻지 않고벌레들 울음 빠져나간 공원에는 공허함만 맴돈다.배롱나무는 그 곱던 꽃을 모두 잃고기억만 몇 장 가지에 걸어둔 채 서 있다.긴소매를 입은 사람들이 지나간다.그들의 주머니에는 한 계절이 벌써 식어 있다.노란 유치원 차는 계절을 읽지 않고우체통은 오래전부터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씨방마저 비워버린 잡초들이제 이름이 지워질 시간을 천천히 읽는다.책가방을 멘 소녀가 건널목을 건넌다.그 뒤를 가을이 따라간..

나의 창작시 2026.10.12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초여름이면 산 아래 쉬땅나무꽃이 먼저 시들었고나는 그 냄새를 오래 맡지 않았다.냇물은 밤낮 낮은 소리로 흘렀고그 소리가 기도였는지 끝내 묻지 않았다.어머니의 손은 목련꽃보다 희었으나밭이랑에 엎드려 김매느라 붉게 터 있었다. 제비꽃에 나비가 잠시 앉았다가 떠났지만나는 그것을 입맞춤이라 부르지 않았다.어머니는 불 꺼진 부엌에 혼자 오래 서 있을 뿐가슴에 난 구멍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별빛 몇알을 쓸어 담아식은 강냉이밥에 섞어 올려놓던 어머니는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중얼거리셨다. 숲을 지나가던 실바람 소리를나는 어머니의 자장가였다고 믿기로 했다.믿지 않으면 저녁이 너무 길었다.어머니가 좋아하던 배추 국화꽃을 한 아름 들고풀 덮인 봉분 앞에 서 있는 나를 본다.돌아오는 길이 하도 어두워봄은 해마다..

나의 창작시 2026.10.11

가을 산

가을 산 저녁이 산의 어깨를 타고 조용히 내려앉는다.나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이름을 부르듯단풍이 드는 관악산을 말없이 바라본다. 붉음이란 떠나기 직전의 아주 정직한 표정아무도 배웅하지 않는 떠남은 저토록 환하다. 계곡의 물소리는 낮아지고젖은 낙엽 위에 내 그림자가 겹쳐 눕는다.잎을 지운 나무들은 말이 없고나는 무엇을 그리도 붙들고 살았는지텅 빈 가슴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도시에는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그 불빛은 전하지 못한 안부처럼 멀다.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때론 더 쓸쓸해서나는 길 위에 서서 어둠이 깊어지기를 기다린다.기다림은 내게 남은 오래된 습관이다. 산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다만 지는 것들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잎이 진 자리마다 하늘은 조금씩 넓어진다.사라진 것들이 이 산의 뼈대가 된다..

나의 창작시 2026.10.10

가을을 입은 사람

가을을 입은 사람 잎이 물드는 길을 한 사람이 걸어간다.봄의 설렘도 여름의 아픔도 벗어 두고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그의 어깨엔 늦은 햇살이 내려 고요가 먼저 와 앉는 것을 바라본다. 오래 익은 열매처럼 무거워지고말하지 않아도 깊어지는 눈빛은비워낸 들녘의 넉넉함을 닮았다.낙엽은 떠나는 법을 가르쳤으나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떨어지는 잎 하나에도지난 계절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줄 뿐상처는 이제 나이테의 결이 되고견뎌 온 시간만큼 단단해진 마음에눈물은 서리 앉은 아침의 이슬이 된다. 바람은 쓸쓸함이 아닌 향기를 실어 온다.끝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라고저무는 노을 앞에 그는 낮게 웃는다다 내려놓은 가지 끝에 걸린 달처럼비어서 오히려 환한 한 사람이 걸어간다.2029,10,9

나의 창작시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