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 그리운 당신 나 어찌 잊으리오. 가슴 속에서 지울 수 있으리오. 심장까지 염색(染色)되어 사라질 수 없는 당신이여 원액(原額)보다 더 진하고 근원보다 더 깊어서 넋까지도 잠식해 버린 분리(分離)되지 않는 당신이여 내가 쏟은 눈물들은 당신 가슴에 도랑을 내었고 나의 깊은 신음(呻吟).. 나의 창작시 2018.10.01
행복(幸福) 행복(幸福) 사랑할 이 있어 행복했네라.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네라. 사랑을 받아주어 행복했네라. 사랑을 주고받으니 더 행복했네라. 약령(弱齡)에 만난 그대와 파뿌리 되도록 살았으니 회한(悔恨)이나 아쉬움도 없었네라. 충분한 만족을 느끼어 흐뭇하니 무엇을 더 바라리오. 한 통의 .. 나의 창작시 2018.09.29
구룡령(九龍嶺) 구룡령(九龍嶺) 명개(明開)에서 갈천(葛川)으로 가는 일천오십팔 미터의 고갯길을 추분(秋分)무렵의 어느 날 나는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위로 내 달려 령(嶺)마루에 차를 세웠다. 구름위로 솟은 오대산 비로봉에는 신비한 낮 구름이 감싸고 하늘과 맞닿은 설악산 대청봉은 손이 닿을 듯 가.. 나의 창작시 2018.09.28
간이역(簡易驛) 간이역(簡易驛) 깊은 산간의 철길 옆에는 빛바랜 역사가 우두커니 서 있고 가을바람에 잡초 꽃들이 흔들리며 겸연쩍게 웃고 있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그리움에 몸을 싣고 떠나던 자리에는 애환(哀歡)을 지켜보던 고목이 구부정하게 내려다보고 그 어느 석일(昔日)에 이별과 해후(.. 나의 창작시 2018.09.27
희작(喜鵲) 희작(喜鵲) 산등성에 싸리 꽃 외롭고 쑥부쟁이 듬성듬성 피었는데 산을 건너던 희작(喜鵲)이 길을 잃었는지 하염없이 운다. 방향을 잃은 새와 길 잃은 항선(航船)이 표류하듯 실로(失路)한 인생들도 가로막힘 앞에서는 흐느낀다. 방황(彷徨)은 두려움을 주고 여정을 암담케 하므로 가슴 한.. 나의 창작시 2018.09.25
천동(泉洞) 천동(泉洞) 갓 바지 터를 건너온 바람은 광견(狂犬)처럼 날뛰어도 북대(北臺)를 출발한 명개천은 주야로 지줄 거리며 흘렀네라. 마렵(馬鬣)처럼 흘러내린 오대산 산세(山勢)의 끝자락에 요석(遙昔)의 신비스런 전설의 마을이 천동(泉洞)이러라. 황제의 대궐(大闕)을 넘어 천상(天上)의 궁전.. 나의 창작시 2018.09.23
바람 바람 발 없이 천만리를 다니는 자유(自由) 비문(鼻門)을 드나들며 생명을 공급해 주는 사자(使者) 한 번 화나면 맞서지 못할 괴물 때로는 머리칼을 쓰다듬는 우인(友人) 고단하여 잠들 때는 순풍이다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샛바람이다가 마음이 통하는 마파람이다가 사랑을 여물게 하는.. 나의 창작시 2018.09.22
추우(秋雨) 추우(秋雨) 어스름한 미명(微明)에 추우(秋雨)는 연실 추적이며 의식이 혼곤(昏困)한 자아를 아프게 흔들어 깨운다. 하절(夏節)과 작별하고 추계로 들어섬이 슬퍼 설까 낙루(落淚)같은 빗물이 애련(哀憐)하게 파고든다. 소중(所重)했던 시절에 꽃 타래처럼 엮은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 나의 창작시 2018.09.21
추석(秋夕) 추석(秋夕) 들 가까이 나지막한 언덕에는 억새꽃이 뽀얗게 출렁이고 저절로 자란 풀 열매에는 고단함과 보람들이 고여 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주름 깊은 노파(老婆)에게서 송곳 위를 맨발로 걸어가신 내 자당(慈堂)이 눈에 밟힌다. 홑옷 솔기로 찬바람이 스미고 빛바랜 몸빼가 땀.. 나의 창작시 2018.09.20
여행(旅行) 여행(旅行) 시인/박인걸 나를 아는 이 없는 땅에 홀로 유람(游藍)을 하다보면 거미줄처럼 옭아매었던 끈적거리는 연분(緣分)을 벗어 날아다니는 새처럼 홀가분하다. 아는 이 하나 없으니 성명과 직분이 무슨 상관이랴 신분도 체면도 필요 없으니 무한(無限)한 자유인이다. 정형화된 머리 .. 나의 창작시 201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