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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6 3

초여름 비

초여름 비 이틀 째 비가 내린다.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이면나는 학동(學童)의 마을을 서성인다.짝꿍이던 고운 피부의 소녀가파란 우산을 들고 내 곁에 다가와아무 말 없이 받쳐주던 추억이 그립다.너무나 먼 세월의 강을 건넜다.그 강물은 몇 번을 윤회하여 바다로 갔고지금도 강물은 계속 차오른다.떠밀리어 온 삶은 참 멀리도 왔고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귀하다.기대한 만큼 갖지 못했어도아무도 탓하지 않는다.가슴에 묻어둔 그리움들을 불러오며초여름 비는 여전히 내린다.아직 들춰내지 못한 모든 기억들을오늘은 몽땅 파헤치려나보다.그 소녀도 지금 나처럼 익었겠지생각보다 매우 그립다.2019.6.10

나의 창작시 2025.01.26

설에 대한 기억

설에 대한 기억 가파른 언덕 너머로흙먼지 바람 사정없이 지나가면초가집 굴뚝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가난은 무겁게 내려앉았으나설은 언제나 새 나이를 데려왔다. 어머니는 손끝으로 만두를 빚고작은 손들엔 갈라진 겨울이 스며들었다.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찌는 향우리는 배고픔을 꿈으로 달래며해어진 옷을 입고 설날을 기다렸다. 속내의 한 벌 없는 추운 설날이지만우리의 눈동자는 맑게 빛났고새 신발 대신 맨발로 밟은 눈길발가락이 얼어붙는 차가움 속에서조차우리는 웃음으로 발자국을 남겼다. 섣달 그믐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방에는날밤을 새며 설날을 기다리던낡은 집 흙벽에 비친 또렷한 그림자 하나깊은 가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우리가 가진 가장 따스한 유산이었다. 이제는 모두 떠나버린 그 시간그 가난했던 설날의 풍경은낡은 꿈처럼 희..

나의 창작시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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