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266

추석과 가족

추석과 가족 보름달이 수면 위에 뜨듯우린 조용히 모인다.서로의 얼굴 속에 담긴 시간을 바라보며.추억은 바람에 실린 구름처럼한 자리에 사랑으로 스며든다.  송편을 빚는 손끝은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 같고그 속에 담긴 세월의 결을하나하나 만지며우리는 지난날의 시간을 되새긴다. 밥상 위에 놓인 음식은단순한 반찬이 아니다.자연의 선물, 하나님의 은총이며서로의 사랑과 정성을 담은보이지 않는 기도의 실로 엮인 제사다.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마주한다.말보다 깊은 침묵과 눈 빛그리움과 사랑은달빛 아래 피어나는 꽃이다. 추석달은 천천히 떠오르고,우리의 가족은 그 아래서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아주 오래 된 뿌리 깊은 나무,서로의 그림자를 품고 우람하게 큰다.2024,9,16

나의 창작시 2024.09.16

한가위 노래

한가위 노래 가을 들녘 황금빛 물결뒤덮고농부의 노래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곡식더미 산을 이룰 때우리네 마음에는 풍년의 별이 빛나네. 시골길 밟으며 가는 발걸음에고향의 향기 흙내음과 함께 풍기고기억의 발자국은 하나 둘가족이라는 둥지로 다시 모이네. 개성미 넘치는 차량들은강물처럼 도로위에 흘러넘치고차창 너머의 가을 풍경은오래된 이야기처럼 조용하네. 어머니 손끝에서 추억이 익고아버지 눈빛에 사랑이 속삭이네.동네 아이들 웃음소리 별처럼 흩어지고조상들 그림자는 마을 어귀에 서있네. 가을 결실 속에 우리는 자신을 묻고인간 사이의 인연을 느끼게 하네.삶은 늘 계절처럼 돌아가고우리는 언젠가 자연에 돌아가리라.2024,9.14

나의 창작시 2024.09.14

가을비

가을비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리네.차분히 적시는 거리는지난날의 그리움에 잠기고누군가를 설레이며 기다렸던젊은 시절이 문득 스쳐가네. 낡은 연민의 조각들은빗방울 사이로 떠돌고사랑의 상처는 빗소리에 섞여조용히 어디론가 흘러가고내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네. 고달픈 인생길 위에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본 하늘은끝없는 어둠 같지만오늘 내리는 비는 모든 앙금을 씻어내고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네. 비 내리는 거리를 걸을 때외로움마저 친구 되어늙음의 그림자를 느껴도젊은 나무처럼 푸르던 시간들이안경 렌즈 너머로 춤을 추네. 이제는 그리움도 연민도 모두 흘려보내며가을 비와 함께 관조하네.가을비 속에 남은 나의 자리는조용한 안식의 순간일 뿐이네.2024,9,12

나의 창작시 2024.09.12

가을 편지

가을 편지 나뭇잎을 바람이 뒤적이며오래전에 떠난 너의 발소리를 불러온다.일찍 떨어진 잎에 너의 얼굴이 그려져나는 그리움의 숲을 헤맨다.. 가을 초입이지만 햇살은 쓸쓸하고고독한 새의 노래가 간간이 흐른다.너의 눈빛을 닮은 낮달은멍울진 구름처럼 내 마음을 품는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낙엽으로 덮이고그 길 위에 남은 발자국도 사라지겠지,그러나 나의 마음속에는네가 남긴 온기가 언제나 따뜻하다. 덜 익은 단풍잎처럼 희미하게 스며드는너와의 추억과 오래된 속삭임이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를 때면잊히지 않는 시간은 꽃잎처럼 쌓인다. 곧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그리움은 서늘한 안개처럼 번져가겠지,너를 향한 애틋한 마음에나는 가을의 편지를 엽서에 실어 보낸다.2024,9,11

나의 창작시 2024.09.11

내 마음의 벌판

내 마음의 벌판 고독이 내 마음의 벌판에 내려앉고바람은 멀리서 울부짖는다.눈 앞에 펼쳐진 황량한 벌판이곳은 아픔이 지배하는 영토다.한없이 고요한 듯하나끝없는 투쟁과 몸부림의아픈 상처들이 나를 부른다.발을 내디딜 때마다족저근막을 칼날이 스쳐 가고길섶을 헤집을 때마다붉은 독사가 혀를 내민다.그래도 나는 벌판을 지나야 하고길이 없어도 닦으며 간다.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이 있으며희망은 보석처럼 숨어있다.삶이란 결국 무수한 싸움과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순간들의 집합체며내 마음의 벌판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끝없는 길을 걸어가는 동안,나는 스스로를 묻고 또 답한다.이 벌판을 가로지르며나는 결국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2024,9,10

나의 창작시 2024.09.10

애완견

애완견 앙증맞은 발이 방안을 가로지를 때면세상은 한없이 좁아 보이고네 눈빛에 담긴 별빛처럼너는 나의 우주가 된다. 앙탈을 부리거나 겁을 먹고 짖어 댈 때면나에게는 음악이 되고잠에서 깨어 마주치는 얼굴은차마 말을 잊게 한다. 이불속에서 소파에서네가 곁에 있으면 나는 한없이 단순해지고느낌으로 주고받는 사랑이우리 사이에 깊이 흐른다. 매일 함께한 시간들이내 마음에 새겨져나는 너의 기억에 남고너의 삶은 비록 짧지만그 순간은 나에게 영원하다.2024,8,10

나의 창작시 2024.09.09

고독(孤獨)

고독(孤獨)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철 늦은 배롱나무꽃 뜨겁다.짝 찾는 귀뚜라미 소리 처량하고가지 끝에 잠자리 한 마리 외롭다.공원 벤치는 텅 비었고조용한 공간 안에 나는 멍하니 서 있다.도시 새들은 어디론가 날아가고이따금 오토바이 굉음만 들릴 뿐시간이 멈춘 듯 이상하게 고요하다.그러나 그 고요함에 깊이 잠기지 못하고나는 혼자서 중얼거린다.홀로 있는 것은 항상 두렵고혼자 서 있는 것은 슬픈일이다.고독은 내가 만들어 낸 집이 아니며숙고가 필요한 선택도 아니다.사람들 속에서도, 혼자만의 방에서도익숙한 친구처럼 찾아오는 존재다.오늘같은 날 소리없이 찾아와창의적 생각을 불어넣고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내 곁을 떠나간다.그리고 나는 고독의 중심에 서서마음의 빛을 맞이한다.2024, 9, 7

나의 창작시 2024.09.07

길 고양이

길 고양이 도시의 피난처 지하 주차장섬뜩한 분위기 앙칼진 울음소리으슥한 곳에 몸을 숨기고경계의 눈빛으로 세상을 볼때면고요속에 긴장이 흐른다. 출처도 종말도 모를 삶들이생성소멸의 잔인한 운명속에방치된 생명들이 계획없이 번식할 뿐누구도 그들의 내일을 묻지 않는다. 주인의 손길을 의지하던 기억도치매걸린 노인처럼 희미해지고사랑받던 시간은 오래전에 잊혀졌다.버려진 이름, 떠도는 방랑자길 위에서 스스로 생존의 법을 배운다. 지나가는 길손들 동정하지만지나가버린 연민은 손끝만 스친다.착한 온정은 일시적 긍휼그 뒤엔 다시 냉혹한 삶이다.길고양이의 일상은 그렇게 이어진다. 우리의 인생도 길 위의 존재내일의 보장 없는 불안한 발걸음길 잃은 고양이처럼 울음을 삼키고종말의 비밀을 눈치 못 채고하루 하루를 버티며 살아갈뿐이다.2..

나의 창작시 2024.09.07

인생의 발자국

인생의 발자국 뜻도 의지도 없이바람에 흩날리는 흙먼지처럼부정모혈에 의해 던져진 존재가세상이라는 들판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시간의 물결 속에 스며들었다. 발끝에 닿는 대지의 온기 낯설고 서툰 걸음걸이길 위에 새겨진 작은 발자국시간이 흐르며 익숙해졌다.삶은 언제나 험난한 여정기암절벽 기어오를 때마다매달린 영혼은 수없이 흔들리고천신만고 엮어온 이야기는바위에 새겨진 깊은 발자국이다. 꿈, 희망, 슬픔, 절망이 교차할 때마다나의 발자국은 흔들렸고빛과 그림자의 폭이 너무 넓어그 사이에서 항상 방황했다.인생은 결국 끝없는 걸음걸이방향이 모호해 갈등했어도고된 길 위에 새겨진 발자국은하나하나가 모여 이룬 나의 궤적이다. 언젠가는 내 발자국이 흙으로 돌아갈 그 날이 오더라도똑바르게 걸어간 발자국마다누군가의 길잡이가 되도록 ..

나의 창작시 2024.09.04

9월의 소고

9월의 소고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가을 냄새 깊이 풍겨오고풀잎에 내려앉는 차가운 이슬에여름 흔적이 하나둘 지워진다.나뭇잎 하나둘 탈색될 때선선한 공기 속에 길어진 그림자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 춤을 춘다.석양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일몰이 던진 어두움이 장막을 칠 때시간을 잃어버린 허전함에어떤 외로움이 내 마음에 자리한다.해마다 이맘때면 부딪치는나만의 깊은 인생론 앞에서무르익은 열매 아닌 껍데기 삶에자신을 잃은 죄의식에 괴롭다.그래도 아직은 시간은 남아 있고지지 않은 꽃잎이 손짓한다.9월의 햇살이 머리 위에 쏟아지니덜 여문 나를 양지에 세운다.2024,9,3

나의 창작시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