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월호 세월호 그 해 사월(四月)오늘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바다도 슬프게 울었고 나라가 온통 아프게 울었노라. 선상(船上)에 갇힌 생명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때 발만 동동 구르며 바라볼 뿐 어찌할 수 없었노라. 티 한 점 없이 자라난 새 순보다 더 맑은 영혼들이 잔혹(殘酷)한 물살에 휩.. 나의 창작시 2019.04.16
까치집 단상(斷想) 까치집 단상(斷想) 숭숭 뚫린 구멍으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스며들어도 안전(安全)하게 잠을 들 수 있어 까치는 집을 짓는다. 설계(設計)도 하나 없이 주먹구구로 지은 집이지만 허공에 자신의 영역(嶺驛)이 있어 까치는 드나들 때마다 뿌듯하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사정(事情)없이 흔.. 나의 창작시 2019.04.16
광안리 해변 광안리 해변 벼르고 벼려서 찾아온 직할시의 광안리 해변 어느 고층 라운지 커피숍 봄비 사납게 내리는 창가에 앉아 흑 거품을 일으키며 울고 있는 바다를 본다. 해안가 옹기종기 하던 초가(草家)와 정답게 기대어 잠들던 돛단배 주름살 깊은 어부들이 근심을 털던 그물과 고기를 엮던 옛.. 나의 창작시 2019.04.11
춘무(春霧) 춘무(春霧) 봄 안개가 밤새 걸어내려와 수주공원을 없애버리고 육 차선을 가로질러 동네학교와 낮은 집들을 모자람 없이 지웠다. 의지마저 지우려는 포말을 헤집고 마을 뒷산을 오를 때 이슬 머금은 붉은 진달래꽃이 기다린 듯 반갑게 맞아준다. 산마루에 서서 굽어보니 한 자락 고운 어.. 나의 창작시 2019.04.08
동심(童心)의 고향 동심(童心)의 고향 진달래 꽃 황홀한 언덕 살구 꽃 곱게 핀 강둑 봄바람 설렘임을 싣고 오면 종달새 짝 찾아 높이 날고 온갖 꽃들 피어난 마을은 괴로움 없는 땅이 된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판 지줄 대며 흐르는 냇물 수줍게 피어나는 들꽃 버들피리 부는 앳된 소년 꽃향기 가득한 동.. 나의 창작시 2019.04.06
내 고향 강원도 내 고향 강원도 삼척에서 고성으로 이어지는 남북과 강릉에서 철원까지 동서 모두 나와 우리의 땅이라네. 일곱 시(市)와 열 한 군(郡)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최고의 선물이라네 북한강변을 걸으며 에덴의 힛데겔이 떠올랐고 동해의 짙푸름에 심장이 뻐근했다네. 설악산 대청봉 마루에 섰을 때 장엄함에 머리털이 솟구쳐 올랐고 오대산의 원시(原始) 숲에서 태초(太初)의 산소를 들이켰다네. 강원도의 냇물은 혈관처럼 흘러내리고 울창한 삼림(森林)의 피톤치드는 탁한 영혼을 청정케 하는 효용의 근원이라네. 꽃피는 계절에는 만산(萬山)이 분홍이고 매미 신나게 가락 뽑는 여름에는 타도(他道)와 크게 구분(區分)된다네. 활엽수 단풍들던 날 감격하여 울고 눈 쌓인 횡계리에서 신천신지를 보았다네. 구름 덮인 한계령을 넘어 인제로 가던 .. 나의 창작시 2019.04.04
산정 호수(湖水) 산정 호수(湖水) 신사(信士)/박인걸 산(山) 위에 호수가 있고 호수(湖水) 안에 그 산이 있다. 산 위에 구름은 잠자고 나그네는 풍경과 하나가 된다. 산에는 고운 꽃들이 피고 산새들끼리의 낙원(樂園)이다. 소슬바람은 호숫가를 맴돌고 조급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심연(深淵)은 바다만큼 깊.. 나의 창작시 2019.03.29
플랫폼의 이별(離別) 플랫폼의 이별(離別) 노랫말/박인걸 기나 긴 세월 함께한 당신 숫한 사연(事緣)들을 가슴에 깊이 묻고 아무 말도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사나이 가슴에는 궂은비만 내린다. 붙잡으면 돌아설 당신이라면 천 번 만 번이라도 손목을 잡고 한없는 눈물 쏟으며 애원했으련만 소용없는 일이기에 .. 나의 창작시 2019.03.27
초상(肖像) 초상(肖像) 거울 속에 해석(解釋)이 까다롭고 고흐의 작품(作品)보다 더 난해(難解)한 형태가 해체된 어떤 사람이 비대칭 눈동자로 우두커니 서 있다. 티 없이 순진한 낯빛이, 표호(豹虎)하는 재규어 콧등이, 사나운 사자(獅子)의 이빨이, 야릇하게 하나로 융합된 야누스가 마음 문(門)을 지.. 나의 창작시 2019.03.26
그 길 그 길 전봇대 하나 없는 그 길은 바람이 언제나 나와 동행했다. 낮달은 산마루에 걸려있고 달은 내가 가는 길을 늘 살펴보았다. 지르맷재를 넘을 때면 머리카락은 송곳처럼 곤두서고 두 무덤 사이를 지날 때면 주기도문은 샘처럼 흘러나왔다. 연골(軟骨)이 경골(硬骨)되기 전 보폭(步幅)이.. 나의 창작시 201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