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창작시 1393

겨울 숲에서

겨울 숲에서 멀리서 바라본 고독이 숲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삭막(索莫)은 느낌이었을 뿐 안온(安穩)함이 충만(充滿)하다. 격식(格式)과 꾸밈이 없고 계급과 신분(身分)을 내려놓은 나신(裸身)을 드러낸 솔직함에 숲에는 차별도 하나 없다. 비교(比較)와 경쟁이 없이 생긴 그대로를 인정하는 각각의 개성(個性)이 아우러진 무성(無聲) 화음(和音)이 황홀하다. 겨울 숲에 비교할 때 인간(人間)숲은 사계절 겨울이다. 몰인정(沒人情)과 냉정함이 바람만큼 혹독(酷毒)하다. 반목(反目)과 질시(疾視)로 서로를 사납게 공격(攻擊)하는 비정한 인간(人間)사회에 숲을 고스란히 옮겨놓고 싶다. 2019.1.30

나의 창작시 2019.01.30

모향(母鄕)

모향(母鄕) 고추바람 살을 파고드는 산간(山間) 어느 둔덕에는 엉성하게 세운 초가집들이 납작 엎드려 포근하고 그토록 웅장히 접힌 산들이 강보(襁褓)로 곱게 에두른 시간도 침입(侵入)할 수 없는 모향(母鄕)은 나의 요새(要塞)다. 맨발의 겨울 산새들이 거리낌 없이 앞뜰에 찾아오면 경계(警戒)의 눈빛 하나 없이 수탉이 모이를 나누어주며 엉성한 굴뚝에 피어오르는 마른 솔잎 타는 향기가 함부로 마을을 연막(煙幕)에 가둬도 모친(母親) 품처럼 아늑했다. 세 살 위의 짓궂지 않은 형과 온종일 연(鳶)을 날리다 제풀에 꺾여 연줄을 끊던 그곳은 나의 동화(童話)이다. 2019.1.26

나의 창작시 2019.01.26

기다리리라

기다리리라. 한위(寒威)가 기세를 부리는 정초의 기상(氣像)은 최악이다. 지루한 겨울 가뭄에 미세먼지 자욱해 괴롭다 줄지어선 가로수들도 고기 가시처럼 비쩍 마른 채 쉼 없이 내뿜는 차량들 매연에 온 종일 진저리친다. 백설(白雪)이라도 포근히 내려 황량한 세상(世上)을 덮어 준다면 숙추(淑湫)한 감정을 눅잦히고 춘신(春信)에 희망을 두련만 은총(恩寵)없는 동천(冬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냉정하고 휘젓고 다니는 겨울바람은 가느다란 희망까지 앗아간다. 그래도 기다리리라. 춘래(春來)를 숙망(宿望)하리라. 그 혹독(酷毒)함에 피멍이 들어도 춘우(春雨)에 꽃이 피리라. 2019.1.18

나의 창작시 2019.01.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