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 길

신사/박인걸 2019. 3. 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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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전봇대 하나 없는 그 길은

바람이 언제나 나와 동행했다.

낮달은 산마루에 걸려있고

달은 내가 가는 길을 늘 살펴보았다.

 

지르맷재를 넘을 때면

머리카락은 송곳처럼 곤두서고

두 무덤 사이를 지날 때면

주기도문은 샘처럼 흘러나왔다.

 

연골(軟骨)이 경골(硬骨)되기 전

보폭(步幅)이 짧던 사내아이는

노상 그 길을 혼자 걸으며

길에 대하여 골몰(汨沒)하였다.

 

철학(哲學)이 깜깜했던 소년은

길에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에서 그 때를 회상(回想)하니

그 길이 나의 사범(師範)이었다.

 

스스로 해득(解得)한 사리(事理)

뒷사람에게 이제는 전할 수 있다.

그 길을 걸은 거리만큼

그의 족적(跡)에 위엄(威嚴)이 서린다.

201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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