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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전봇대 하나 없는 그 길은
바람이 언제나 나와 동행했다.
낮달은 산마루에 걸려있고
달은 내가 가는 길을 늘 살펴보았다.
지르맷재를 넘을 때면
머리카락은 송곳처럼 곤두서고
두 무덤 사이를 지날 때면
주기도문은 샘처럼 흘러나왔다.
연골(軟骨)이 경골(硬骨)되기 전
보폭(步幅)이 짧던 사내아이는
노상 그 길을 혼자 걸으며
길에 대하여 골몰(汨沒)하였다.
철학(哲學)이 깜깜했던 소년은
길에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에서 그 때를 회상(回想)하니
그 길이 나의 사범(師範)이었다.
스스로 해득(解得)한 사리(事理)를
뒷사람에게 이제는 전할 수 있다.
그 길을 걸은 거리만큼
그의 족적(足跡)에 위엄(威嚴)이 서린다.
201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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