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광안리 해변

신사/박인걸 2019. 4. 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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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변

 

벼르고 벼려서 찾아온 직할시의

광안리 해변 어느 고층 라운지 커피숍

봄비 사납게 내리는 창가에 앉아

흑 거품을 일으키며 울고 있는 바다를 본다.

해안가 옹기종기 하던 초가(草家)

정답게 기대어 잠들던 돛단배

주름살 깊은 어부들이 근심을 털던 그물과

고기를 엮던 옛 아낙네들은 옛날이야기다.

육십층 아이파크가 위세를 뽐내고

공교(工巧)한 대교(大橋)에는 차들이 물처럼 흐르며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 잡은 해변에는

폐유(廢油) 같은 바닷물이 불쌍하다.

해변의 낭만과 적요(寂寥)는 사리지고

상략(商略)과 배금(拜金)이 숭배되며

상혼(商魂)에 익숙한 여종업원의

억지 친절은 커피 맛을 빼앗는다.

바람은 유리창을 심하게 흔들고

빗방울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고층(高層)에 갇힌 부산(釜山) 손님은

모처럼의 휴가(休暇)가 후회된다.

2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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