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 꽃 팬지 꽃 봄 감기 떠난 날은 하늘도 푸르고 중앙분리대에 곱게 핀 팬지가 아침 햇살에 유난히 고운 얼굴로 두 눈을 하얗게 뜨고 반겨주어 고맙다. 어쩌면 그렇게도 올망졸망 하게 어느 유치원 아이들처럼 검은 매연에도 까르르 웃는듯하여 잠시 멈춘 차창을 열고 유심히 본다. 상트페테르.. 나의 창작시 2019.05.29
희망(希望) 희망(希望) 혼돈(混沌)과 혼란(混亂)으로 우주는 흑암에 갇혔을 때에도 어디엔가 희망(希望)은 있었네라. 희망이 이르니 물체(物體)가 되어 빛이 내려와 궁창이 열리고 일제히 제자리에 섰네라. 백두대간은 동해 곁에서고 반도가 대륙으로 뻗으니 매일 태양이 첫 열매를 선사하네라. 무구.. 나의 창작시 2019.05.24
양양 가는 길 양양 가는 길 양양(襄陽)가는 길은 굽이마다 인생길이다. 넘고 또 넘어도 여전히 또 산이다. 오르막길 돌고 또 돌고 내리막길 어지럽다. 바라보면 첩첩 산이고 멈춰서면 산에 갇힌다. 구불구불 구룡령 길 구름 위를 걷는 미시령길 령(嶺)중의 령 한계령길 단풍고운 진고갯길 아는 이 하나 .. 나의 창작시 2019.05.23
초 여름 초여름 계절은 꽃과 잎이 뒤엉겨 마침내 초여름을 힘차게 달리고 숲속에 드니 별천지(別天地) 같아 드러누우니 신인(新人)이 된다. 하늘도 수풀과 하나가 되고 풀 향기 송진내 뒤범벅되니 뼛속까지 베어든 짙은 초향(草香)이 불 일 듯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마음은 들떠서 두근거리고 잃.. 나의 창작시 2019.05.21
파 꽃 파 꽃 누군가 떠 받쳐 주거나 기댈 수도 없이 무너진 신전(神殿)기둥처럼 홀로 서서 견디면서도 바다빛깔로 온몸을 염색해 젊음보다 더 싱싱하게 잔디밭 보다 더 푸르게 들판을 점령한 잎이 둥근 식물아 텅 빈 속을 고독(孤獨)으로 채우며 거친 바람에도 눕지 않고 차가운 봄밤의 외로움.. 나의 창작시 2019.05.16
마천각(摩天閣) 마천각(摩天閣) 창호지 문을 흔들던 화풍(和風)도 발길을 끊고 무리지어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마저 맡아볼 수 없는 도시의 밀폐(密閉)된 공간에는 자연도 숨을 쉬지 못해 흔들리다 가엽게 쓰러진 유해(遺骸)들이 화원(花園)앞에 수북이 쌓여있다. 계절(季節)의 생기(生氣)는 어떤 외제(外制.. 나의 창작시 2019.05.13
오월(五月)의 축복 오월(五月)의 축복 일제히 푸르른 신록(新祿)에 잠재관념도 춤을 추며 원초적(原初的)본능의 자아(自我)를 숲길로 힘차게 견인(牽引)한다. 수목(樹木)마다 뒤덮인 잎사귀들과 입을 열어 찬미(讚美)하는 저 새 순들 불꽃처럼 타오르는 형형(炯炯)의 꽃들이 조물주의 기묘(奇妙)를 드러낸다. .. 나의 창작시 2019.05.11
향리(鄕里)찬미 향리(鄕里)찬미 저 멀리 차령산맥은 말 잔등처럼 흘러내리고 산이 내뿜는 정기(精氣)는 두메 아이의 뼛속까지 스민다. 다채롭게 피는 잡화(雜花)가 그리운 향기를 토하면 오월(五月)은 온통 향내에 취해 몽롱한 꿈길을 걷는다. 산비둘기 구슬피 짝을 찾고 종달새는 힘차게 날며 벌 나비 진.. 나의 창작시 2019.05.10
낙산 앞바다 낙산 앞바다 그 때 곤두섰던 물마루는 어린 애처럼 잠들었다. 갈기를 세우고 날 뛰던 날 감히 다가설 수 없어 돌아갔다. 다시 찾아 온 낙산 앞 바다는 수평선 끝까지 마음을 열어 두 팔로 안고 잠재우던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다. 설악(雪嶽)에 저녁노을 붉고 바람은 해송(海松)숲에 잠들.. 나의 창작시 2019.05.09
신록(新綠) 신록(新綠) 숲에 들어서자 하늘은 없고 계곡에 이르니 개울물도 수풀이다. 바람은 그늘 아래 잠들고 햇빛도 제 영역(領域)을 포기했다. 신혼 방 보다 더 비밀스러움에 발소리마저 죽여야 했고 신생아실처럼 신비(神祕)하여 숨소리마저 낮춰야 했다. 낡은 것들은 종적을 감추고 오로지 새.. 나의 창작시 2019.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