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창작시 1393

화초 양귀비 꽃

화초 양귀비 꽃 돌담아래 양귀비 꽃 날 호린다. 아네모네에 나 잠시 넋을 잃었고 능소화에 내 혼이라도 빼주려 했는데 양귀비 꽃 보던 날 단번에 빠졌다. 안사의 난에 피를 토하며 죽었다는 양귀비를 닮았을까 양귀비가 양귀비꽃을 닮았을까 요염하게 보였다가 가련하게 보였다가 서글프게 보였다가 화사하게 보였다가 바람에 하늘거릴 때면 사내의 간을 몽땅 베어가고 눈빛을 사로잡는 붉은 색깔은 마약처럼 내 영혼을 훔쳐 달아난다. 한 번 빼앗긴 사내의 가슴에 며칠을 두고 방망이질 하게하는 절세가인의 넋으로 핀 꽃이여! 2021.8.6

나의 창작시 2021.08.06

보랏빛 스웨터

보랏빛 스웨터 유난히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는 해맑은 소녀가 활짝 웃을 때면 토실한 양 볼에 움푹 들어간 보조개가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하얀 손을 곱게 모으고 갸륵한 마음을 마룻바닥에 쏟아 부으며 무릎 꿇고 기도 올리던 거룩함에 나는 그 앞에게 한 마리 순한 양이었다. 그녀는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나는 풀밭에 뛰노는 한 마리 송아지였다. 봄바람이 버들강아지를 피우던 날 빼앗긴 내 마음을 그녀에게 실토했다. 그녀는 흔들림 없이 평온했고 분홍빛 사랑 꽃이 양 볼에 피어났다. 봄 햇살은 두 가슴에 불을 지폈고 나는 그녀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도 그녀는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고 마음에는 수정수가 흐른다. 사연이 얽힌 무수한 시간이 흘렀어도 내 눈은 보랏빛에 아주 멀어 버렸다. 2021.8.5

나의 창작시 2021.08.05

바람개비

바람개비 대관령 높은 언덕에는 하늘높이 솟은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여러 개의 바람개비가 바람 불 때면 무척이나 어지럽다. 바람개비의 꿈은 정녕 하늘을 나는 것일까. 온 세상의 바람을 다 끌어들여 힘차게 날개를 돌리지만 날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바람을 소비해야 저 바람개비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구름이 하얗게 내리던 날 바람개비는 자신이 하늘 높이 나는 줄 착각하고 밤하늘 무수한 별 숲에 갇힐 때면 자신이 날고 있는 줄 알지만 엇각이다. 하늘을 나는 무한한 자유는 이승의 끈을 끊어버릴 때 얻는 값이다. 바람개비는 너무도 단단한 기둥을 멧부리에 깊이 박고 있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자는 누구도 하늘을 나는 자유를 얻지 못한다. 헛바퀴만 매일 돌릴 뿐이다. 2021.8.4

나의 창작시 2021.08.04

백일홍

백일홍 정원에 노오란 백일홍 한 송이 곱다. 양궁선수 목에 걸린 금메달처럼 빛난다. 한 송이 꽃을 피우려고 작은 씨방에서부터 꿈을 키웠으리. 이른 봄 추운 하늘 아래 오돌 오돌 떨면서도 작은 이파리에 푸른 문신을 새긴 당차고 야무진 모습을 자주 보았었다. 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몹시 흔들리고 정원사 제초기에 잡초 스러지던 날에도 잔뜩 겁을 먹고 서 있던 네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소녀였었다. 노드리듯 퍼붓는 소나기를 흠뻑 맞고 짓궂은 들새들 잎을 쪼아댈 때도 오로지 하늘만 쳐다보며 꿋꿋이 서서 금 빛 꽃송이를 가슴에 품었다. 마른장마 지루했던 여름날과 바람 한 점 없는 도시 지열(地熱)에 바짝바짝 목이 타들어가도 오로지 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었다. 만고(萬苦)의 시간을 등 뒤로 밀어 보내고 오늘에야 활짝 피..

나의 창작시 2021.08.03

매미의 울음

매미의 울음 매미가 소리를 지른다. 하루 온 종일 떼창을 한다. 한두 마리가 운다면 나는 아침 이슬을 한 사발 받아 주리라. 근동 하늘을 메운 왕 메뚜기 떼만큼 개체 수를 이탈한 말 매들이 드넓은 아파트단지 庭園樹를 끌어안고 하루 종일 울어 제킬 때면 나는 차라리 도시를 버리고 싶다. 저 소리는 구애의 애절함이 아니다. 사장조의 세레나데도 아니다. 함부로 부르짖는 무례함이며 무작위로 쏟아 붓는 살인공해다. 코로나는 하루에 네 자리 수를 웃돌고 삼복더위에 불쾌지수까지 치솟는데 눈치도 없이 그토록 울어댈 때면 119구조대를 부르고 싶다. 칠년을 흙속에서 굼벵이로 살다 매미로 부활하여 한 달이 고작이니 그 원통함에 목이 쉬도록 부르짖겠지만 너네만 가슴이 아픈 줄 아느냐 인간은 사는 것이 더 힘들단다. 2021..

나의 창작시 2021.07.30

양수리에서

양수리 이곳은 내 고향 가는 길목이다. 출처가 다른 두 본질이 이곳에서 하나가 되는 신비를 본다. 결이 다르게 살아왔지만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하는 필연이 있다. 걸어 온 길이 서로 다르고 삶의 색깔이 완연히 어긋나지만 그것이 숙명적 조우(遭遇)라면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으련다. 저쪽이 탁류이고 이쪽이 정류(靜流)일 때 뚜렷한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어둠 속에서 저녁별을 만난 후에는 장엄한 폭포 되어 하나의 소리를 지른다. 지나 온 삶의 이야기들이 아침 햇살에 물결위에서 빛날 때 강(江)의 꼬리표를 떼어 버리고 팔당호라는 새 이름으로 거듭난 양수리에서 참 아름다운 세상을 본다. 2021.7.28

나의 창작시 2021.07.28

혹열(酷熱)

혹열(酷熱) 연일 멈추지 않는 불볕더위는 강변 자갈을 갓 구워낸 고드랫돌로 만들고 쏟아지는 햇살은 흐르는 강물도 끓게 하겠다.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열기에 비릿한 물 냄새로 숨이 막히고 모래밭 위를 걸어가는 뙤약볕에 신발을 신지 못한 새들은 멀리 도망쳤다. 내 인생의 한 여름에는 응달이 없었다. 깊은 가슴에 태양하나 묻어두고 오로지 뜨거운 열정 하나로 드넓은 광야를 질주했다. 불꽃같은 야망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불가능의 벽을 뚫고 사자 굴에도 들어갔다. 한 마리 붉은 곰이 되어 가파른 절벽을 밤낮없이 기어올랐고 남이 밟지 못한 땅에 나는 깃발을 꽂았다. 아직도 내 심장은 뜨겁게 고동치고 혈관에 흐르는 피는 식지 않았다. 다만 세월에 눌린 관절이 퇴행되어 시간을 따라가기 힘들 뿐이다. 2021.7.27

나의 창작시 2021.07.27

바다

바다 바다는 쏟아지는 비를 받아주고 흘러오는 강물을 받아주며 녹아내린 빙수(氷水)까지 품어준다. 깨어지고 부서져 짓뭉개진 것들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드린다.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이 떠돌다 어느 날 바다에 다다르면 바다는 까다로운 절차 하나 없이 수용한다. 오물, 흙탕물, 공업폐기물, 독극물에 까지도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단 하나 바다에 살려면 소금물로 침례(浸禮)를 받아야 한다. 짠 물에 저려진 것들은 하나같이 순해지고 시간이 흐르면 바다가 된다. 살아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소멸되고 죽은 것들은 용해되어 흡수된다. 바다에 도달한 것은 일제히 푸른빛을 내고 자기가 살던 곳을 그리워하며 밤새도록 파도로 철썩이기도 한다. 바다에는 언제나 용해(溶解)의 철학이 떠있다. 사람들은 바다 같은 사람을 찾..

나의 창작시 2021.07.24

미로(迷路)앞에서

미로(迷路)앞에서 들어가는 통로는 어렵지 않았다. 첫 해외여행의 기분으로 출발했으나 캄캄한 미로에 깊이 갇힐 때면 두려움은 형사처럼 내게 덤벼들고 간은 콩알만큼 오그라든다. 시작은 자신만만했고 출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듯 쉽게 안전지대에 이를 줄 알았다. 내가 걸어가던 잔디밭 길에 굵은 철조망이 가로막을 줄 몰랐다. 소리를 질러도 대답은 없고 아무리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자세를 낮춰도 담장에 작은 구멍은 없었다. 이제 방법은 오직 하나 과감하게 되돌아가는 일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시간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2021.7.19

나의 창작시 2021.07.19

고향의 품

고향의 품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언덕아 앞들에 구비치는 맑은 냇물아 짙푸르게 일어선 우람한 뒷산아 지금도 변함없이 마을을 지키느냐 소나무 숲 우거진 뒷등성이와 자작나무 늘어선 질맷재 고개 달맞이 꽃 물결치던 봇도랑 길과 홀랑 벗고 헤엄치던 깊은 칡소야 그 모습 언제나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낯선 땅 타향살이 외로울 때면 단숨에 달려가고픈 고향 마을아 댕기머리 분홍치마 어린 소녀야 굴렁쇠 딱지 치던 동네 학동아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있을지라도 함께 뛰놀던 그 시절 어찌 잊겠느냐 소 몰며 밭 갈던 구성진 소리 밭이랑 아낙네 구슬픈 노랫가락 윗마을 덜컹대며 돌아가던 물레방아 소리 어느 하나인들 내 가슴에서 지워지겠느냐 푸르디푸른 하늘아래 정든 마을아 어머니 품만큼 아늑했던 고향 산천아 나 언젠가 고향 ..

나의 창작시 2021.07.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