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迷路)앞에서
들어가는 통로는 어렵지 않았다.
첫 해외여행의 기분으로 출발했으나
캄캄한 미로에 깊이 갇힐 때면
두려움은 형사처럼 내게 덤벼들고
간은 콩알만큼 오그라든다.
시작은 자신만만했고
출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듯
쉽게 안전지대에 이를 줄 알았다.
내가 걸어가던 잔디밭 길에
굵은 철조망이 가로막을 줄 몰랐다.
소리를 질러도 대답은 없고
아무리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자세를 낮춰도
담장에 작은 구멍은 없었다.
이제 방법은 오직 하나
과감하게 되돌아가는 일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시간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202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