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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정원에 노오란 백일홍 한 송이 곱다.
양궁선수 목에 걸린 금메달처럼 빛난다.
한 송이 꽃을 피우려고
작은 씨방에서부터 꿈을 키웠으리.
이른 봄 추운 하늘 아래 오돌 오돌 떨면서도
작은 이파리에 푸른 문신을 새긴
당차고 야무진 모습을 자주 보았었다.
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몹시 흔들리고
정원사 제초기에 잡초 스러지던 날에도
잔뜩 겁을 먹고 서 있던 네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소녀였었다.
노드리듯 퍼붓는 소나기를 흠뻑 맞고
짓궂은 들새들 잎을 쪼아댈 때도
오로지 하늘만 쳐다보며 꿋꿋이 서서
금 빛 꽃송이를 가슴에 품었다.
마른장마 지루했던 여름날과
바람 한 점 없는 도시 지열(地熱)에
바짝바짝 목이 타들어가도
오로지 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었다.
만고(萬苦)의 시간을 등 뒤로 밀어 보내고
오늘에야 활짝 피어나니
진노랑 꽃송이에서 삶의 승리를 본다.
20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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