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바다

신사/박인걸 2021. 7. 24. 11:39

바다

 

바다는 쏟아지는 비를 받아주고

흘러오는 강물을 받아주며

녹아내린 빙수(氷水)까지 품어준다.

깨어지고 부서져 짓뭉개진 것들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드린다.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이 떠돌다

어느 날 바다에 다다르면

바다는 까다로운 절차 하나 없이 수용한다.

오물, 흙탕물, 공업폐기물, 독극물에 까지도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단 하나 바다에 살려면

소금물로 침례(浸禮)를 받아야 한다.

짠 물에 저려진 것들은 하나같이 순해지고

시간이 흐르면 바다가 된다.

살아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소멸되고

죽은 것들은 용해되어 흡수된다.

바다에 도달한 것은 일제히 푸른빛을 내고

자기가 살던 곳을 그리워하며

밤새도록 파도로 철썩이기도 한다.

바다에는 언제나 용해(溶解)의 철학이 떠있다.

사람들은 바다 같은 사람을 찾아간다.

202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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