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치는 편지 여보게! 마을이 단풍속에 묻히니 내 마음도 그 속에 파묻히네. 물감으로 칠할 수 없는 색깔들이 가을나무들을 휘감을 때면 작년 가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굵게 두드리네. 아직 된 서리가 내리기 전 청초한 들국화 높은 하늘을 쓸어 담고 고즈넉한 석양 무렵 고개를 숙일 때면 늦가을 저녁 바람마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서성이고 붉은 노을은 꽃잎에 입을 맞춘다네. 진노랑 은행잎이 뚝뚝 떨어질 때 까마득히 잊었던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곱게 늙어가리라 다짐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아직 덜 여문 내 마음을 꺼내어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걸어 놓는다네. 여보게! 이 가을마져 그 동안이 얼마남지 않아 쫓기는 듯함 아쉬움이 주위를 서성거리네. 어둑한 하늘을 나는 철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