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보랏빛 스웨터

신사/박인걸 2021. 8. 5. 10:26

보랏빛 스웨터

 

유난히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는

해맑은 소녀가 활짝 웃을 때면

토실한 양 볼에 움푹 들어간 보조개가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하얀 손을 곱게 모으고

갸륵한 마음을 마룻바닥에 쏟아 부으며

무릎 꿇고 기도 올리던 거룩함에

나는 그 앞에게 한 마리 순한 양이었다.

 

그녀는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나는 풀밭에 뛰노는 한 마리 송아지였다.

봄바람이 버들강아지를 피우던 날

빼앗긴 내 마음을 그녀에게 실토했다.

 

그녀는 흔들림 없이 평온했고

분홍빛 사랑 꽃이 양 볼에 피어났다.

봄 햇살은 두 가슴에 불을 지폈고

나는 그녀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도 그녀는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고

마음에는 수정수가 흐른다.

사연이 얽힌 무수한 시간이 흘렀어도

내 눈은 보랏빛에 아주 멀어 버렸다.

2021.8.5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때  (0) 2021.08.07
화초 양귀비 꽃  (0) 2021.08.06
바람개비  (0) 2021.08.04
백일홍  (0) 2021.08.03
매미의 울음  (0)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