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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스웨터
유난히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는
해맑은 소녀가 활짝 웃을 때면
토실한 양 볼에 움푹 들어간 보조개가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하얀 손을 곱게 모으고
갸륵한 마음을 마룻바닥에 쏟아 부으며
무릎 꿇고 기도 올리던 거룩함에
나는 그 앞에게 한 마리 순한 양이었다.
그녀는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나는 풀밭에 뛰노는 한 마리 송아지였다.
봄바람이 버들강아지를 피우던 날
빼앗긴 내 마음을 그녀에게 실토했다.
그녀는 흔들림 없이 평온했고
분홍빛 사랑 꽃이 양 볼에 피어났다.
봄 햇살은 두 가슴에 불을 지폈고
나는 그녀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도 그녀는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고
마음에는 수정수가 흐른다.
사연이 얽힌 무수한 시간이 흘렀어도
내 눈은 보랏빛에 아주 멀어 버렸다.
20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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