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매미의 울음

신사/박인걸 2021. 7. 30. 16:27

매미의 울음

 

매미가 소리를 지른다.

하루 온 종일 떼창을 한다.

한두 마리가 운다면 나는

아침 이슬을 한 사발 받아 주리라.

근동 하늘을 메운 왕 메뚜기 떼만큼

개체 수를 이탈한 말 매들이

드넓은 아파트단지 庭園樹를 끌어안고

하루 종일 울어 제킬 때면

나는 차라리 도시를 버리고 싶다.

저 소리는 구애의 애절함이 아니다.

사장조의 세레나데도 아니다.

함부로 부르짖는 무례함이며

무작위로 쏟아 붓는 살인공해다.

코로나는 하루에 네 자리 수를 웃돌고

삼복더위에 불쾌지수까지 치솟는데

눈치도 없이 그토록 울어댈 때면

119구조대를 부르고 싶다.

칠년을 흙속에서 굼벵이로 살다

매미로 부활하여 한 달이 고작이니

그 원통함에 목이 쉬도록 부르짖겠지만

너네만 가슴이 아픈 줄 아느냐

인간은 사는 것이 더 힘들단다.

202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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