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대관령 높은 언덕에는
하늘높이 솟은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여러 개의 바람개비가
바람 불 때면 무척이나 어지럽다.
바람개비의 꿈은 정녕 하늘을 나는 것일까.
온 세상의 바람을 다 끌어들여
힘차게 날개를 돌리지만 날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바람을 소비해야
저 바람개비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구름이 하얗게 내리던 날
바람개비는 자신이 하늘 높이 나는 줄 착각하고
밤하늘 무수한 별 숲에 갇힐 때면
자신이 날고 있는 줄 알지만 엇각이다.
하늘을 나는 무한한 자유는
이승의 끈을 끊어버릴 때 얻는 값이다.
바람개비는 너무도 단단한 기둥을
멧부리에 깊이 박고 있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자는
누구도 하늘을 나는 자유를 얻지 못한다.
헛바퀴만 매일 돌릴 뿐이다.
202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