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겨울 깊은 겨울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깊은 정적만 흐르고 기압계의 차가운 수은주는 연일 낮은 곳에서 맴돈다.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은 깊은 한숨을 토하고 얼어붙은 강물은 밤마다 슬프게 울고 있다. 자유를 잃은 생명들은 포로가 된 채 침묵하고 지저분한 인간들의 발자국만 하얀 눈이 덮.. 나의 창작시 2018.02.08
2월 2월 얼어붙은 땅속에서 깊이 박힌 나무뿌리들이 꼼지락거리며 생수병에 꽂힌 빨대처럼 물기를 주워 모으는 소리가 들린다. 꽃망울은 깊이 잠들었어도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해마다 이맘때면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그대 생각에 설렌다. 동구 밖 길을 걸어 사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가지.. 나의 창작시 2018.02.02
흰 눈(동시) 흰 눈 잿빛 하늘에서 수만의 흰 나비들이 나풀거리며 대지에 내려앉는다. 앉는 자리마다 솜이불이 되어 얼어붙은 땅을 포근히 덮어준다. 차가운 풀뿌리 떨고 서있는 나무들 얼음장속 고기들까지 두텁게 덮고 있다, 상처 난 가슴들과 공허한 마음들 외로운 사람들의 가슴까지 덥여준다. 201.. 나의 창작시 2018.02.01
어느 노인 어느 노인 노인은 바람소리를 들으며 외딴 찻집 창가에 앉아 때마침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지나간 날의 상념(想念)에 젖는다. 발이 부릅뜨도록 걸으며 딴 겨를 없이 살았으나 얼굴에 주름살만 깊을 뿐 덧없이 흘러간 세월이었다. 꿈도 설렘도 자취를 감추고 분출하던 욕망도 활동을 .. 나의 창작시 2018.01.31
깊은 겨울 깊은 겨울 대한 추위가 사납던 날 힘 있는 새들은 어디론가 숨고 병든 비둘기만 거리를 헤매다 어느 골목길에서 동사를 했단다. 들꽃이 곱게 피던 들판과 새들이 노닐던 숲과 물고기 떼 지어 다니던 냇물도 매서운 칼바람에 떨고 있다. 평화로운 꽃들은 언제 피려나. 어울리는 새의 노래와.. 나의 창작시 2018.01.29
겨울 산 길 겨울 산 길 잡목이 우거진 숲에는 들쥐도 종적을 감추었고 생명체의 숨소리는 귀를 곤두세워도 들리지 않는다. 옷을 홀랑 벗겨 버린 채 극형을 당하는 죄수처럼 나무들의 처절한 울음만이 찬바람 따라 하늘로 퍼진다. 사나운 총잡이들이 마을을 온통 파괴해 버린 폐허가 된 서부극의 공.. 나의 창작시 2018.01.27
한파 한파 차갑다 못해 꽁꽁 얼어붙어 끓는 물을 들어부어도 녹지 않을 빙석이 된 너의 가슴위로 단단한 고드름이 매달렸다. 빈틈없이 얼어붙어 대화나 폭력으로 풀 수 없는 남극의 얼음덩어리를 대함 같아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며칠 전만 해도 남태평양의 따스한 온기처럼 나를 대했던 너의.. 나의 창작시 2018.01.26
발지국 발자국 첫 발자국을 찍을 때 환호가 초가집 문틈으로 새나간 후 지금껏 끈질기게 발자국을 찍는다. 설레던 때의 발자국보다 후회스런 발자국들이 화석처럼 기억 속에 박혀있다. 지우고 싶은 발자국이 누락된 세금처럼 튀어나올 때면 아버지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나부대던 때를 뉘우친다.. 나의 창작시 2018.01.20
병든 태양 병든 태양 서울 동쪽 하늘위로 아침 태양이 치솟으면 어두움은 순간 산 너머로 물러선다. 빌딩 유리벽마다 크고 작은 태양이 뜨고 도시는 순간 대명천지가 된다. 그 많은 태양아래 침울하고 무거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니 마음은 거꾸로 박힌다. 어두움은 몰아냈으나 밤의 세.. 나의 창작시 2018.01.20
하얀 눈 하얀 눈 애틋하게 사모하는 그대 계신 곳 가는 길에 하얀 눈이 긴 카펫 놓아주시고 순결한 내 마음 미리 아시어 아무도 걷지 않은 첫 길을 열어 주시네. 지나온 길 혹여 누가 뒤 따라 올까봐 발자국마다 곱게 지워주시네 바람마저 숨죽이고 새들도 저 멀리 비켜 앉아서 혹여나 넘어질까 애.. 나의 창작시 201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