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순(筍)

신사/박인걸 2018. 7. 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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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숨김없이 너를 무시했다.

땅강아지 아래윗니에 잘려

봄바람에 검불이 되었을 때

사정없이 밟고 넘어갔다.

 

나는 너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유월 우박에 충격을 받고

마음과 기운이 동강나던 날

나는 그 옆을 지나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를 숭상한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간두(竿頭)에서

잦은 바람에 흔들렸어도

뻗어가는 꿈을 접지 않았다.

 

()이 목()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새의 날개 짓에도 떨었고

칠월 태양에 까맣게 그을었다.

 

나는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지고(至高)한 자리를 차지한

거목(巨木)이라는 명함(名銜)앞에

넉넉히 부러워할 뿐이다.

2018.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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