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전봇대 집 앞 전봇대 지난밤도 오직 홀로 고독을 되 뇌이며 차렷 자세로 긴 밤을 지새웠다. 전선의 병사가 전방을 좌시하며 거총자세로 서서 아침을 맞듯 숭고하다. 지독한 한파에도 외눈 크게 부릅뜨고 비오는 봄밤에도 우산 없이 앞을 밝힌다. 길고양이 배설물과 어느 수캐의 배뇨에도 아랑곳 .. 나의 창작시 2018.03.08
수선화 수선화 나는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내 가슴에 옮겨 심었고 아무도 캐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쌓아 올렸다. 고결한 꽃망울이 입을 열고 빳빳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어 신비한 꽃잎이 활짝 웃을 때 나는 황홀하여 실신하는 줄 알았다. 메마른 가슴에는 생기가 돌고 잠자던 의식은 눈을 떴다.. 나의 창작시 2018.03.07
봄비 봄비 겨울과 봄이 반반 섞인 삼월 초엽의 저녁녘 눈과 비가 반반 섞여 계절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눈이 비에 녹는 현상은 봄의 세력이 우세하여 얼어붙은 드넓은 대지에 희망의 푸른 싹을 예고한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 봄이 그토록 기다려지더니 조용히 내리는 봄비는 언 가슴을 따.. 나의 창작시 2018.03.05
치성(致誠) 치성(致誠) 어머니는 서낭당에 절을 했다. 삶이 고달파 신령의 도움이 절박했다. 아직은 젊은 아낙네지만 살아온 길이 녹록치 않아서다. 산골 소년은 퀭한 눈빛으로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 곁에 서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목상을 하다가 망.. 나의 창작시 2018.03.04
참 좋은 친구 참 좋은 친구 아주 오래 된 친구가 나에겐 둘 도 없는 친구가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가 꼭꼭 숨겨놓은 친구가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때 찾아가고 고독할 때면 더 자주 찾아가고 힘들 때 마다 찾아가도 언제나 맘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어떤 날은 친구 앞에서 통곡을 했고 또 다른 날은 힘.. 나의 창작시 2018.02.26
산새에게 산새에게 산 새 한 마리 구슬피 운다. 새끼를 버린 어미를 애타게 찾지만 작심하고 떠난 어미는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 겪는 두려움에 깃털은 곤두서고 작은 심장은 터질 듯 아프다. 밤 같은 캄캄함이 두 눈을 가리고 나뭇가지를 붙든 손은 맥이 풀린다. 찬바람은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흔.. 나의 창작시 2018.02.23
여정(旅程) 여정(旅程) 가파른 질멧재를 자주 넘어 강바람 휘몰아치는 버덩길을 돌아 돌 강이 흘러내리던 그 길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간두(竿頭)였다. 개 짖는 소리도 어렴풋한 드문드문한 초가집 산골 마을은 우람한 백송 뒤에 숨바꼭질하듯 하여 굴뚝 연기가 아니면 숲이었다. 겹겹이 둘러싸인 .. 나의 창작시 2018.02.22
찹쌀떡 사요 찹쌀떡 사요. 눈이 녹아 비로 내리는 밤에 빌라 골목 어디선가 ‘메밀 묵 찹쌀떡’을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서글프다. 자정으로 가는 이 시간에 지척거리는 발걸음으로 팔리지 않는 떡 그릇을 메고 몇 번째 마을을 돌고 있다. 스마트폰 한 통화로 안방까지 배달되는 편리하고 손쉬운 시.. 나의 창작시 2018.02.20
설날 감정 설날 감정 섣달그믐은 가고 정월 초하루가 열렸다. 어제와 똑같은 하늘이라도 가슴속의 하늘은 새 것이다. 어저께 밟은 대지는 지나간 옛 것이 되었고 얼음장 속에 갇힌 강물도 새 이름으로 흐른다. 남촌의 꽃 향을 가득안고 눈밭을 밟으며 달려온 바람은 舊態에 찌든 가슴을 말끔히 닦아.. 나의 창작시 2018.02.15
결연한 의지 결연한 의지 산다는 것은 고통이어서 눈물골짜기를 헤매며 연실 아픔을 토해낼지라도 의연히 그 길을 걸으리라. 거세게 부는 삭풍이 삶을 사정없이 흔들어도 고통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짐짓 웃으며 견디리라. 눈 속에서 피어나는 바닷가 새빨간 동백꽃처럼 십자가를 지는 고난에도 생명.. 나의 창작시 201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