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꽃 함박꽃 두메산자락 응달에 여인의 속살보다 더 흰 첫 사랑으로 피던 꽃아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는 이슬방울보다 더 맑은 너의 눈동자에 고인 순정 응달진 산길을 둘이 걸으며 말없이 마주보던 눈길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얼굴 한 여름 더위에 지쳐 양어깨를 축 늘어트렸어도 다른 것이라.. 나의 창작시 2018.08.01
오대산 비로봉(毘盧峰) 오대산 비로봉(毘盧峰) 비로봉(毘盧峰) 저 멀리로 파도처럼 서 있는 산등성이 나 있는 여기를 겹겹이 포위하고 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눈길 닿는 어디라도 나란히 나에게로 달려올 기세에 바깥세상에서 경험 못한 짙은 격정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산마루를 쓰다듬는 아침 운해(雲海).. 나의 창작시 2018.07.30
죽림(竹林) 죽림(竹林) 미사일이 솟구치듯 땅을 뚫고 튀어나와 까마득한 穹蒼을 향해 죽죽 치솟는 기둥아 성가신 것들을 털고 우뚝하게 외로이 굽힐 수 없는 의지로 위를 향한 꿈이여 오로지 그곳을 향해 수사(修士) 같은 수행으로 고운 모양도 없이 그지없는 외로움으로 손을 모아 도이(禱爾)하며 청.. 나의 창작시 2018.07.27
아침 안개 새벽안개 강가를 떠돌던 밤안개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빈번한 도시를 점령하고 골목길을 서성이지만 창문이 닫힌 거리는 강변보다 더 고독하고 인적이 끊긴 길목에는 가로등만 끔뻑인다. 새벽길에 만난 안개가 외로운 내 안으로 밀려와 가슴을 보듬을 때면 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힌다... 나의 창작시 2018.07.25
향촌(鄕村) 향촌(鄕村) 단숨에 찾아간 향촌(鄕村)의 뽀얀 먼지 일던 신작로는 가슴 속에만 뻗어있고 그때 피던 해당화만 반긴다. 왜가리봉의 고송(古松)은 허무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미역 감던 삼형제 소에는 옛 그리움만 둥둥 떠 있다. 숨바꼭질하던 돌담길엔 동무들 얼굴이 떠오르고 풀피리 불던 .. 나의 창작시 2018.07.23
석암(石巖 석암(石巖) 북한산 석암(石巖)이 무언(無言)으로 교의(敎義)한다. 웅장미(雄壯美)에 압도되고 늠름(凜凜)함에 매료된다. 애락(愛樂)에 요동(搖動)않고 희로(喜怒)에 희비(喜悲)하지 않으며 뇌성(雷聲)에 태연하다. 만만년 참선(參禪)으로 내공(內攻)이 신선(神仙)되니 산객(山客)이 합장(合掌.. 나의 창작시 2018.07.19
비에 대한 단상 비에 대한 단상 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내린다. 바람도 떨면서 스쳐가는 첨탑 위에 앉은 새에게도 내린다. 어저께 꽃잎을 떨구고 우울증에 사로잡힌 바다건너 온 풀잎을 무겁게 한다. 비는 누구도 조절할 수 없는 통제 불능의 광란아 처럼 허둥지둥 덤벙이지만 한 방울도 함부.. 나의 창작시 2018.07.18
기러기 기러기 고장 난 자동차는 더 이상 시동을 걸지 못했고 시골 어느 언덕위에서 깊은 잠에 빠져야 했다. 허접한 신작로위로 쓰리쿼터는 달렸지만 단단한 줄에 묶인 가슴은 까맣게 녹이 슬었다. 나와 동갑네인 그가 하늘 높은 줄 모를 때 치밀어 오르는 시새움에 한 밤이 대낮이었다. 감싸 안.. 나의 창작시 2018.07.17
잡초의 기세 잡초의 기세 마음 한 자락에는 근접불허의 공간이 있고 뿌리 깊은 잡초가 수북하게 자라있다. 근본과 출처도 모를 팔면부지의 귀계(鬼薊)들이 자아의 본성에까지 거점을 확보한다. 다르게 해석하고 사실인 것처럼 말하며 조절 안 되는 분노는 잡초의 왜곡이다. 제거에 게으른 사이 징기.. 나의 창작시 2018.07.16
좁은 문 좁은 문 첫 관문은 많이 힘들었다. 어머니의 자궁 문을 여는데 열 달 걸렸다. 그 문은 이제 통과해야 할 문들의 서곡에 불과했다. 다음 세계를 들어가는 문들은 닫혀있고 문 앞에 선 나는 항상 고독했다. 열리는 문은 없고 열어야 하는 문들이 거울 속에 거울처럼 비쳐졌다. 사랑할 수 없는.. 나의 창작시 201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