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일몰(日沒)

신사/박인걸 2018. 6. 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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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日沒)

 

하루 종일 걸어온 길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서산마루에 간신히 걸린 해는

마지막 노을을 온 누리에 붓는다.

 

허공을 건너는 머나먼 길은

아찔하고 두려운 모험이지만

무사한 행로의 감사함을

황홀한 빛으로 외어 올린다.

 

일제히 기립한 나무들은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때마침 날던 청둥오리 떼도

두 발을 가슴에 모은다.

 

파란(波瀾)의 날을 곱게 끝내고

숙면(熟眠)에 드는 태양처럼

나 살다 곱게 늙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구나.

2018.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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