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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바람과 함께 비는 그치지 않는다.
횡으로 내리는 비에 우산이 무색하다.
빗물은 처음 와본 도시에 흔적을 남기고
축축한 습기로 유령처럼 떠돈다.
길손에 밟힌 빗물은 신음도 없이
자기 길을 찾아 굵게 흐른다.
귀에 익은 노래가 들린다.
어릴 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저음이다.
툇마루에 앉아 낙숫물을 바라보며
햇 강냉이 먹던 내가 보인다.
사라지지 않는 빗소리는
오래된 추억들을 몽땅 불러오고
잔뼈가 굵은 마을로 마음은 뛰어간다.
사람들은 색색의 우산을 들고
질척거리는 빗물을 밟으며 걷는다.
빗소리를 듣는 사람들마다
나와 똑같은 추억에 빠져있을까?
우산을 든 여인의 앞길을
갑자기 불어 온 바람이 가로막는다.
당황한 여인은 어쩔 줄 몰라 한다.
바람줄기에 섞여 내리는 비는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란 것을 깨닫는다.
감상에 빠졌던 자신을 후회한다.
비는 더욱 세차게 프라다나스를 공격한다.
20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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