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살구나무

신사/박인걸 2018. 7. 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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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너는 알고 있을 거야

무리지어 피는 진달래에 흠뻑 빠져

너에게 눈빛 주지 않던 나를

 

너는 알고 있을 거야

빨갛게 익은 앵두열매에 갈채를 보내며

개살구라며 홀대하였던 나를

 

잡목명단에 올라 벌목운명에 처해

사자 이빨 같은 톱이 너의 발목을 겨눌 때

잔뜩 흥분했던 나의 눈빛을

 

앳된 가지 끝에 맺힌

연분홍 꽃망울 까닭에 망설였더니

구연세월 보낸 너는 우람하구나.

 

가지는 우거져 담을 넘고

뿌리는 엉켜 요동됨이 없이

그늘이 마당 같아 나를 무안케 하는구나.

201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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