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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시인/박인걸
장마 비는 여전히 추적거리고
나뭇잎들도 귀찮아 물기를 턴다.
비가 흘러간 가슴을 매만지며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걷는다.
바람 한 모금 없는 가슴에는
돌덩이보다 큰 외로움이 짓누른다.
아주 오래된 가슴의 흠집이
지루한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덧난다.
길섶에 한 대궁 빳빳한 산나리
몇 해가 되어도 아직 홀로이다.
그 아픔이 누구와 같아 눈물이 난다.
운무는 자꾸만 길을 지우고
삼백구십오 미터는 아득하기만 하고
상처를 건드리는 빗방울은
가슴에 고스란히 고인다.
더욱 늘어가는 외로움의 무게는
계수나무 아래 나를 세운다.
201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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