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봉구비어

신사/박인걸 2018. 6.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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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비어

 

열대야에 갑갑한 사람들이

봉구비어에 불나비처럼 모여든다.

일방통행의 골목길에는

상가테이블이 통행을 막고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지절거린다.

정치 이야기로 목에 핏줄이서고

월드컵 우승국을 점치고

더러는 경제가 어렵다고 투덜거린다.

어른거리는 조명등 아래

눈동자 풀린 사람들의

혀 꼬부라진 취객의 고성방가는

음치보다 듣기 거북하다.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세상을 향한 불만의 넋두리를

허공을 향하여 아무렇게나 내뱉다

남루한 사람이 울음을 쏟는다.

허공을 맴도는 담배연기

창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경음악

자주 울리는 폰 벨소리가 뒤엉켜

길거리가 난장판이다.

시간은 점점 자정으로 흐르고

창문은 이미 등불이 꺼졌지만

술잔에 기대어 고단함을 잊으려는

여유 없는 사람들의 삶이 안쓰럽다.

술에 취해야 잊어버리고

소리 질러야 분이 풀리는

서민들의 고단함은 매일 반복이다.

2018.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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