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밤 초가집 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산새도 처마 밑 숨을 고르고장독대 뚜껑에 눈꽃이 필때송아지 콧등에 맺힌 고드름싸리문 흔드는 밤바람 소리남포 등불 어머니 굼뜬 바느질 아궁이 살피시던 아버지 무릎문틈으로 스며든 장작불 냄새어둠 뚫고 스며든 은색 별빛 할머니 숨결처럼 포근하고눈 쌓인 까치집 나뭇가지 휘면풀벌레 대신하던 눈꽃의 노래굴뚝 연기조차 말없이 곡예하던산골 마을은 온통 아늑한 궁전골짜기마다 잠든 하얀 그리움질맷재 너머로 번지는 짙은 향수그리움조차 흰 눈처럼 가슴을 덮고폭설에 싸여 깊이 잠든 고향마을아무런 근심 걱정 하나 없이발걸음 따라 그냥 걷던 그해 겨울밤20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