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옛 마을 옛 마을옥수수 짙게 우거진 밭둑 길에새하얀 바둑이 한가로이 나를 따르고보랏빛 콩꽃 수줍게 핀 오솔길에는산까치 떼 모여 앉아 모이 찾는다.송아지 딸린 어미 소는 낮 잠에 들고순박한 암염소는 젖이 불었다.어린 학동은 앞집 소녀와 손을 맞잡고황금 들판을 가로지르며 정답게 웃는다.낮달은 어느덧 하늘 한가운데 머물며바람결에 실려 온 노래로 두 마음을 감싼다.흰 구름은 유랑하듯 어디론가 떠나고이랑 끝자락 허리 굽은 아버지는 애처롭기만 하다.검게 그을린 주름진 살결 위로흙먼지가 덮여 가난을 두른다.거칠어진 손마디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땀방울은 이랑 사이로 빗방울이 된다.어디선가 흐르는 풀피리 소리호박꽃 위를 맴도는 뒹벌의 잔잔한 노래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마저도추억 속 그 마을에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