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4

그해 겨울 밤

그해 겨울 밤 초가집 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산새도 처마 밑 숨을 고르고장독대 뚜껑에 눈꽃이 필때송아지 콧등에 맺힌 고드름싸리문 흔드는 밤바람 소리남포 등불 어머니 굼뜬 바느질 아궁이 살피시던 아버지 무릎문틈으로 스며든 장작불 냄새어둠 뚫고 스며든 은색 별빛 할머니 숨결처럼 포근하고눈 쌓인 까치집 나뭇가지 휘면풀벌레 대신하던 눈꽃의 노래굴뚝 연기조차 말없이 곡예하던산골 마을은 온통 아늑한 궁전골짜기마다 잠든 하얀 그리움질맷재 너머로 번지는 짙은 향수그리움조차 흰 눈처럼 가슴을 덮고폭설에 싸여 깊이 잠든 고향마을아무런 근심 걱정 하나 없이발걸음 따라 그냥 걷던 그해 겨울밤2022,12,23

나의 창작시 2025.04.15

그해 봄밤

그해 봄밤 살랑이는 꽃향기 가슴에 품고달빛 따라 걷던 마을 언덕길진달래꽃에 맺힌 이슬방울 위로고요히 번지던 산비둘기 울음살구꽃 흩날리는 초가집 마당기웃대던 고양이의 조용한 걸음복숭아 꽃 틈에 숨은 달그림자두 손 마주 잡았던 소녀 눈망울모닥불처럼 피어난 이팝나무 꽃손끝에 닿던 따뜻한 봄바람개울가 돌 틈 비집고 피어난 민들레먼 길 떠난 어머니 고운 뒷모습철쭉꽃 붉게 핀 산등성 너머긴 잠에서 깨어난 뻐꾸기 노래낡은 창가에 걸린 바람의 편지귓가에 맴돌던 어머니 자장가불 밝힌 등불 하나 조용히 떨리고고개 내민 별 하나 웃다 사라질 때짙은 그리움 새순처럼 피어나는기억 저편을 물들이던 그해 봄밤2013,4,16

나의 창작시 2025.04.15

그해 가을 밤

그해 가을밤 오동 잎 지는 소리 바람에 실려싸늘한 달빛 따라 허공 맴돌고별빛마저 사색에 잠긴 늦가을 밤에자작나무 숲 외로워 우는 부엉새야달그림자 길게 드리운 억새 능선에숨소리조차 삼켜버린 침묵의 시간어둠에 묻히던 비탈 밭 가에고개를 떨구던 쑥부쟁이 꽃한 줄기 연기처럼 피던 마을 향기담장 너머 진하게 풍기던 저녁끔뻑이던 호롱불 창문 너머로감나무 끝 매달린 붉은 홍실 감때때로 눈물처럼 스미던 별빛밤새 몸을 떨던 외로운 허수아비가을벌레 울음도 숨죽인 고요 묵묵히 깨어 있던 마을 초가집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품고그리움 되새기던 그해 가을밤긴 세월에 이끼 낀 돌담길 따라그리움만 조용히 추억을 태우네.2015,10,15

나의 창작시 2025.04.15

민들레 꽃

민들레 꽃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지만가장 먼저 봄을 여는 꽃겨울의 강을 건너왔다며노랗게 웃으며 말한다. 쇠똥에도 털썩 주저앉는 몸밟혀도 잃지 않는 웃음가장 낮은 빛으로 피어나맑은 하늘을 품는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며자리를 가리지 않는 삶으로작은 잎 넓게 펼쳐세상을 푸르게 덧칠한다. 소리 없이 넓혀가는 영역흔하고 낮지만 멈추지 않고어머니처럼 억세게 살아내는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2025,4,15

나의 창작시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