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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비로봉(毘盧峰)
비로봉(毘盧峰) 저 멀리로
파도처럼 서 있는 산등성이
나 있는 여기를 겹겹이 포위하고
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눈길 닿는 어디라도
나란히 나에게로 달려올 기세에
바깥세상에서 경험 못한
짙은 격정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산마루를 쓰다듬는
아침 운해(雲海)의 자애로움과
숲 속을 헤집으며 왕래하는
뫼풍의 이 낮은 목소리여
송두리째 향기로 피는
고산화(高山花) 촌스러움과
비바람에 짓눌린 몽당목(蒙堂木)도
정겹기만 한 기슭이여
나를 황홀히 매료시켜
발걸음을 끌어당긴 최초의 발로는
산 끝자락 어딘가에 묻힌
탯줄에 대한 그리움이었으리.
201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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