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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대한 단상
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내린다.
바람도 떨면서 스쳐가는
첨탑 위에 앉은 새에게도 내린다.
어저께 꽃잎을 떨구고
우울증에 사로잡힌
바다건너 온 풀잎을 무겁게 한다.
비는 누구도 조절할 수 없는
통제 불능의 광란아 처럼
허둥지둥 덤벙이지만
한 방울도 함부로 낭비되지 않게
균일한 분배의 규범을 따라
속속들이 찾아 내린다.
오늘 같은 날은 어느 들판에 앉아
두발 근에 내리는 비에
아무 말 없이 흠뻑 젖으면서
어머니 소천(召天)때처럼
마음껏 울어보고 싶다.
가슴 깊이 맺힌 분노보다 더 아픈
몇 겹 접어둔 상처를 건드리며
여름비는 영감 있게 내린다.
눈썹 위로 내리는 비는
내 눈물에 젖어 슬픔이 되고
가슴에 내린 비는 마음에 젖어
뿌연 안개 되어 흐른다.
오늘 내리는 비는 그치지 말고
사연 깊은 이들을 찾아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더 세차게 내려주려무나.
201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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