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동심화(童心花)

신사/박인걸 2018. 9.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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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화(童心花)

 

도시 화원(花園)에는

온통 외래이름의 꽃들이

황홀(恍惚)한 빛을 토하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도로(道路)중앙분리대에는

모국(母國)을 떠난 페튜니아가

매연을 뒤집어쓴 채로

흐느끼면서 떨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햇살은 벽돌담에서 노는데

봉숭아 분꽃 배추국화는

시멘트 마당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삭막(索莫)한 도회지는

회색 양회로 싸 바르고

숨통마다 샅샅이 틀어막아

토박이꽃들은 울며 떠났다.

 

해마다 찬 서리 내릴 때면

정다웁던 맨드라미

해 따라 돌던 해바라기

가녀린 코스모스 곱게 폈었는데.

201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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