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바람

신사/박인걸 2018. 9.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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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발 없이 천만리를 다니는 자유(自由)

비문(鼻門)을 드나들며

생명을 공급해 주는 사자(使者)

한 번 화나면 맞서지 못할 괴물

때로는 머리칼을 쓰다듬는 우인(友人)

고단하여 잠들 때는 순풍이다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샛바람이다가

마음이 통하는 마파람이다가

사랑을 여물게 하는 하늬바람이다가

매몰차게 돌아서는 된 바람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俳優)로다.

근원도 종착도 모를 불가해(不可解)

허공을 지배하는 절대군주

불순물을 일시에 제압하는 장수(將帥)

그리움을 실어 나르는 집배원로다.

한 점 없는 날이면 답답하다가

전깃줄을 흔들어 비명을 지를 때면 무섭다가

태평양을 걸어온다는 소식에 긴장하다가

더울 때면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존재여

무색무체의 영원한 공기(空氣)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나와 함께하는

내 영혼 같은 분신(分身)이여!

201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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