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석(秋夕)

신사/박인걸 2018. 9. 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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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들 가까이 나지막한 언덕에는

억새꽃이 뽀얗게 출렁이고

저절로 자란 풀 열매에는

고단함과 보람들이 고여 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주름 깊은 노파(老婆)에게서

송곳 위를 맨발로 걸어가신

내 자당(慈堂)이 눈에 밟힌다.

 

홑옷 솔기로 찬바람이 스미고

빛바랜 몸빼가 땀에 절어도

콩밭에 엎드려 가난과 싸우던

어머니가 한 없이 그립다.

 

곤궁(困窮)함을 감내(堪耐)하며

()을 신심(信心)으로

모질고 끈덕지게 딛고 일어섰던

촌로(村老)이상의 여인이다.

 

한가위가 차분히 다가오면

국화(菊花)닮은 모친(母親)

육찬(肉饌)에 정을 담아 주던

그의 넋이라도 보고 싶구나.

201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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