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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들 가까이 나지막한 언덕에는
억새꽃이 뽀얗게 출렁이고
저절로 자란 풀 열매에는
고단함과 보람들이 고여 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주름 깊은 노파(老婆)에게서
송곳 위를 맨발로 걸어가신
내 자당(慈堂)이 눈에 밟힌다.
홑옷 솔기로 찬바람이 스미고
빛바랜 몸빼가 땀에 절어도
콩밭에 엎드려 가난과 싸우던
어머니가 한 없이 그립다.
곤궁(困窮)함을 감내(堪耐)하며
한(恨)을 신심(信心)으로
모질고 끈덕지게 딛고 일어섰던
촌로(村老)이상의 여인이다.
한가위가 차분히 다가오면
국화(菊花)닮은 모친(母親)이
육찬(肉饌)에 정을 담아 주던
그의 넋이라도 보고 싶구나.
201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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