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간이역(簡易驛)

신사/박인걸 2018. 9.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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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簡易驛)

 

깊은 산간의 철길 옆에는

빛바랜 역사가 우두커니 서 있고

가을바람에 잡초 꽃들이

흔들리며 겸연쩍게 웃고 있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그리움에 몸을 싣고 떠나던 자리에는

애환(哀歡)을 지켜보던 고목이

구부정하게 내려다보고

 

그 어느 석일(昔日)

이별과 해후(邂逅)가 교차되던

희비(喜悲)의 표정(表情)들이

긴 여음(餘音)으로 아직 떠돈다.

 

철로는 여전히 산모퉁이를 돌고

기적(汽笛)소리 귓전에 쟁쟁한데

발길이 끊긴 간이역에는

사람 그림자 없어 애달프다.

20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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