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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령(九龍嶺)
명개(明開)에서 갈천(葛川)으로 가는
일천오십팔 미터의 고갯길을
추분(秋分)무렵의 어느 날 나는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위로 내 달려
령(嶺)마루에 차를 세웠다.
구름위로 솟은 오대산 비로봉에는
신비한 낮 구름이 감싸고
하늘과 맞닿은 설악산 대청봉은
손이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산허리를 맴도는 안개는
지나가는 길손을 전설 속에 가두고
통마람이 계곡의 원시림은
자연인이 되고픈 유혹을 자아낸다.
아름드리 고목에는
천년 이끼들이 누더기가 되고
딱따구리 구멍 파는 소리는
아련한 추억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노변(路邊)에 야생화 햇살에 웃고
아직 단풍은 차비(差備)를 차리는데
옷깃을 파고드는 령(嶺)바람은
벌써 겨울 초입에 선 느낌이다.
도시 극장에서 감상하는 영화 열편보다
오늘 하루가 더 행복하다.
남루함이 전혀 없는 자연(自然)에서
자아(自我)의 본질을 확인해서다.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득담은 차는
산도(山道)를 따라 양양(梁陽)으로 달린다.
201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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