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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旅行)
시인/박인걸
나를 아는 이 없는 땅에
홀로 유람(游藍)을 하다보면
거미줄처럼 옭아매었던
끈적거리는 연분(緣分)을 벗어
날아다니는 새처럼 홀가분하다.
아는 이 하나 없으니
성명과 직분이 무슨 상관이랴
신분도 체면도 필요 없으니
무한(無限)한 자유인이다.
정형화된 머리 스타일에
목을 조이는 넥타이와
서양식 정장을 벗어버릴 때
규제와 속박에서 벗어난 감정은
만기 출소(出所)의 기쁨이다.
원초(原初)의 인간으로 돌아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억제(抑制)해온 규범을 해제하고
원시 인간이 되고 싶다가도
경건(敬虔)이 체질화된 존재(存在)는
내면(內面)의 자유를 거둬드리고
자신을 엄하게 통제(統制)한다.
신분을 아는 이 없지만
객관화 된 자아(自我)가 살피니
탕아(蕩兒)되는 순간
영원한 감옥(監獄)에 갇힐 것이기에
주어진 자유를 방종(放縱)치 않고
새로이 옷깃을 여민다.
양심이 허락지 않는 자유란
이 세상 어디에 없음을 느낀다.
그러나 제한 된 자유일지라도
여행은 행복의 절정(絶頂)이다.
201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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