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에 부치는 편지

신사/박인걸 2021. 10. 29. 10:23
  • 가을에 부치는 편지
  •  
  • 여보게!
  • 마을이 단풍속에 묻히니
  • 내 마음도 그 속에 파묻히네.
  • 물감으로 칠할 수 없는 색깔들이
  • 가을나무들을 휘감을 때면
  • 작년 가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 두근거리는 심장을 굵게 두드리네.
  •  
  • 아직 된 서리가 내리기 전
  • 청초한 들국화 높은 하늘을 쓸어 담고
  • 고즈넉한 석양 무렵 고개를 숙일 때면
  • 늦가을 저녁 바람마저 그 앞에서
  • 발걸음을 멈춘 채 서성이고
  • 붉은 노을은 꽃잎에 입을 맞춘다네.
  •  
  • 진노랑 은행잎이 뚝뚝 떨어질 때
  • 까마득히 잊었던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 곱게 늙어가리라 다짐했던 말을
  • 다시 한 번 되새기고
  • 아직 덜 여문 내 마음을 꺼내어
  •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걸어 놓는다네.
  •  
  • 여보게!
  • 이 가을마져 그 동안이 얼마남지 않아
  • 쫓기는 듯함 아쉬움이 주위를 서성거리네.
  • 어둑한 하늘을 나는 철새의 울음이
  • 애절한 듯 간절한 듯 여운을 남길 때
  • 단풍잎처럼 붉게 물든 내 삶을 조각들을
  • 비워야 할지 버려야 할지 고민중이라네.
  •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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