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불안

신사/박인걸 2021. 10. 16. 21:59
  • 불안
  •  
  • 짙게 떠돌던 구름들이
  • 일제히 모여들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 새파란 하늘이 점점 깊어지면
  • 차가운 수은주가 도시 빌딩숲으로 내달린다.
  • 11월 중순에나 볼 수 있는 광경에
  • 내 심장 곁으로 불안의 그림자가 서린다.
  • 1980년 10월 어느 날의 기억이
  • 제 1한강교 인도교를 걷는 발자국을 따라온다.
  • 그 해 가을은 아직도 불안한 기억이며
  • 확인되지 않는 병을 앓으며
  • 응급실에 갇힌 조마조마함보다 더 컸다.
  • 나뭇잎이야 지면 또 피면되지만
  • 그 때 나는 막힌 길에서 울어야 했다.
  • 갑자기 추워지면 심장이 쪼그라들고
  • 얇은 옷 솔기를 파고드는 바람은
  • 내 삶의 의지마저 담배꽁초처럼 짓밟힌다.
  • 이 후 나는 추위를 못 견딘다.
  • 수은주가 영하를 알릴 때면
  • 어떤 복잡한 생각은 가시넝쿨처럼 얽히고
  • 바늘방석위에 앉은 좌불안석이다.
  • 코로나 19보다 더 복잡한 불안함이
  • 토요일 밤 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아무래도 지루한 밤이 될 것 같다.
  • 202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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