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던 날
하염없이 내리는 가을비는
복잡한 세상을 차분하게 하고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의 열기를
단번에 삭히고 있다.
지나간 1년의 시간들은
입사경쟁만큼 치열했고 복잡했다.
코로나 19와 싸우느라
정신은 혼곤하고 몸은 곤비하다.
안연했던 때의 비오는 가을엔
그리운 사람 한 없이 그리워하며
빗방울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찻집 창가에 앉아 되새겼는데
이렇게 가을비가 곱게 내려도
좀처럼 감성이 휘둘리지 않는다.
파김치마냥 늘어진 몸을
사우나에 깊이 담그고 싶을 뿐이다.
20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