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어느 날

신사/박인걸 2021. 10. 10. 04:22

가을 어느 날

 

흩어졌던 햇살들이 함께 모여

서산을 넘는 저녁노을 붉게 타고

발갛게 익어가는 나뭇잎위로

금빛 곱게 칠하니 황홀난측이다.

태양은 매일 마지막을 맞지만

매년 이맘때면 가을 색깔을 토하니 경이롭다.

한 여름 내내 햇살을 먹으며

검푸르던 숲은 노을 빛 가을 옷을 입고

번뇌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려한다.

풍우대작의 시달림에 혼곤하던

던져진 삶의 운명 앞에 괴로웠으리.

주어졌던 시간의 끈을 끊어내고

자리를 비울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태양이 던져준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고

일제히 쏟아지던 나뭇잎을 나는 기억한다.

작년 가을 어느 은행나무아래서

삶의 표리와 본질을 꿰뚫었다.

나는 한 때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며

한 줄기 빛을 찾아 몸부림쳤다.

지나 놓고 보면 그것도 과분한 은혜였지만

나도 어느덧 인생의 가을마당에서

어떤 색깔로 익어있을지 두렵다.

202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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