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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낮
리첸시아 고층아파트가 거만하게 서 있고
그 아래는 낮은 아파트 숲이 겸손하다.
외국산 마로니에는 여름인 듯 짙푸르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늘 아래
새파란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가을빛은 나뭇잎 위에 앉았지만
벽돌에 부딪친 햇살의 파편은 따갑다.
도시 매미들 어디론가 떠난
마을 공원에는 적막이 흐른다.
늦 배롱나무 그 곱던 꽃잎도
아름다웠던 추억만 남긴 채 초라하고
긴팔 소매 옷을 입은 행인들에게서
원숙한 가을 색깔이 풍긴다.
노란 색 유치원차는 계절이 없고
빨간 우체통 역시 한 자리를 지킬 뿐
씨방까지 비워버린 하찮은 잡초들도
멀리 사라질 시간을 읽고 있다.
책가방을 맨 소녀의 발걸음을
가을 정취가 따라가고 있다.
2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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