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0월 한 낮

신사/박인걸 2021. 10. 4. 19:27

10월 한 낮

 

리첸시아 고층아파트가 거만하게 서 있고

그 아래는 낮은 아파트 숲이 겸손하다.

외국산 마로니에는 여름인 듯 짙푸르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늘 아래

새파란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가을빛은 나뭇잎 위에 앉았지만

벽돌에 부딪친 햇살의 파편은 따갑다.

도시 매미들 어디론가 떠난

마을 공원에는 적막이 흐른다.

늦 배롱나무 그 곱던 꽃잎도

아름다웠던 추억만 남긴 채 초라하고

긴팔 소매 옷을 입은 행인들에게서

원숙한 가을 색깔이 풍긴다.

노란 색 유치원차는 계절이 없고

빨간 우체통 역시 한 자리를 지킬 뿐

씨방까지 비워버린 하찮은 잡초들도

멀리 사라질 시간을 읽고 있다.

책가방을 맨 소녀의 발걸음을

가을 정취가 따라가고 있다.

2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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