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창작시 1390

쓸쓸한 풍경

쓸쓸한 풍경 그토록 곱던 단풍은 사라지고 남은 몇몇 잎새들만 바람에 흔들린다. 가시철망처럼 내걸린 가지들은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떨고 있다. 낙영(落影)은 서천(西天)에 길게 드리우고 지친 태양은 노을 속으로 숨는다. 아름답게 피웠던 꽃들과 형형의 아름다웠던 이파리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서 뽑아올린 진액이었다. 단풍잎처럼 아름답게 물드는 삶은 매일 자신을 찢으며 사는 자의 훈장이다. 은행잎이 뒹구는 뒤안길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깊이 잠들고 찬 바람이 스치는 내 마음의 오솔길에는 함께 걷던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아직도 기억나는 사연들이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있고 바람에 쓸려가는 가랑잎에는 자리 잡지 못한 내 방황이 쓸려 다닌다. 저 쓸쓸한 풍경은 못내 거슬리고 코로나에 지친 몸은 엿가락이 된다..

나의 창작시 2021.11.24

첫눈이 온다

첫눈이 온다. 황달 든 플라타너스 잎들은 어젯밤에 내린 찬비에 거의 쥐어 뜯겼다. 아침부터 낮은 구름을 몰고 온 바람은 사납게 도시 공간을 휘젓는다. 시답지 않게 내린 첫눈에 나는 실망한다. 그리웠던 사람을 떠오르게 못 해서다. 이런 날은 첫눈에 흥분했던 추억까지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치게 한다. 낙엽들은 자기들끼리 한곳으로 모인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청소차에 실려 어디로 갈지 모른다.. 간판들이 여기 저기서 흔들리고 옷깃을 세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런 분위기가 뒷골목을 점령하면 내 기억은 남가좌동으로 나를 데려간다. 고학시절 빈 주머니로 걸을 때 찬 바람은 시린 양볼을 할퀴며 지나갔고 가로등 하나 둘 붉을 밝힐 때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한 없이 걸어야 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잊어야 하지만..

나의 창작시 2021.11.22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찬 바람이 가지에 스치니 단풍잎 곤두박질치고 한 시절 행복했던 순간들이 한밤의 꿈과 같구나. 찬 서리 국화잎에 내리니 해 뜨자 꽃잎은 지고 한 시절 누린 영화가 사라지는 물거품 같구나. 연년이 찾아오는 봄빛과 해마다 되풀이 되는 추색은 인생의 덧없음을 웅변하는 한낱 흘러가는 구름이구나. 아! 무정한 세월이여 아! 안타까운 시절이여 덧없이 흘러가는 젊음이여 속절없이 저무는 인생이여 가을은 이렇게 가네 또 한 번 가을이 가네 단풍잎 속절없이 지네. 가랑잎 수북하게 쌓이네. 2021.11.21

나의 창작시 2021.11.21

낙엽을 밟으며

가랑잎을 밟으며 고운 단풍잎들이 절반은 낙하했다. 색깔은 비슷해도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나무마다 살아 온 길이 다르고 이파리들 역시 제각각의 얼굴로 살았다. 발길에 차일 때 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슬픈 비명으로 내 귀에 거슬린다. 숲속이 아닌 아스팔트에 뒹굴며 구름처럼 떠돌아야 하는 고통인가보다. 내 앞에 걸어간 사람과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가랑잎을 밟을 때 고고하게 살아왔던 잎들은 밟히는 자괴감에 절망하고 있다. 빗자루를 든 청소부가 낙엽을 쓸어모은다. 히틀러의 군대에 쓰러진 유대인들처럼 어느 소각장으로 실려 가려나. 그러고 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가지 끝에 매달려 살다 떨어지는 낙엽이 아닐까. 한꺼번에 지는 낙엽들이 저 넓은 산야(山野)에 얼마나 많을까. 시차를 두고 사라지는 인..

나의 창작시 2021.11.20

무두셀라증후군

무두셀라증후군 그는 내 곁을 떠나갔다. 황홀했던 추억을 보자기에 담아 은행잎 뚝뚝 떨어지는 길을 걸어 나의 기억 밖으로 사라졌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시작되며 행복은 움켜쥔다고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장단상교는 관계에서 비교될 뿐이니 나는 너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곱던 단풍잎이 일제히 스러지고 응달에 숨어있던 후박나무 잎들도 헐벗은 나뭇가지 앞에서 뒹군다. 나에 대한 너의 기억이 초라하지 않게 좋은 기억만을 천심(淺深)에 간직해다오. 그것이 나의 무드셀라 증후군일지라도 너에게 굽히지 아니하려는 품위이다. 늦가을 바람은 양 옆구리로 스며들고 쓸쓸함이 가을 논벌같아도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당당함으로 스산한 겨울길을 걸어갈 것이다. 2021.11.18

나의 창작시 2021.11.18

당신의 시간

당신의 시간 시간은 브레이크 없는 바퀴를 달고 같은 속도로 끝없이 달린다. 세월은 프쉬케를 양손에 들고 운명(運命)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킨다. 당신의 여린 목숨을 빙리화처럼 피어 올리고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쇠로 만든 나무가 되게 했다. 시련의 봄을 넘어 장마 지루한 여름을 겪고 단풍잎이 함빡 쏟아지던 날에 몇 번을 꺾일 뻔했던 강한 의지가 겨울바람 부는 언덕에 솟대처럼 서 있었다. 당신을 가둔 영역과 내가 갇힌 영역이 거반(居半) 다를 바 없는 황무지였다. 고요했던 날들은 열 손가락에 꼽히고 거친 파도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삭풍 몰아치는 봉천동 언덕에서 당신과 나의 의지는 거꾸로 매달렸고 외가닥 남포등 심지에 꺼져가는 불꽃처럼 밤 안개 속에서 가물거릴 때 우리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진 영혼이었다. 유..

나의 창작시 2021.11.17

도시의 늦가을

도시의 늦가을 저녁노을이 빌딩 벽면에 길게 드리우고 국적 불명의 나뭇잎들이 이국땅에 눕는다. 곧 찾아올 어둠을 의식하며 내 발자국은 버석대는 낙엽을 밟으며 빨리 걷는다. 예리한 눈동자들이 살피며 간 거리에는 뛰어내린 고독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도시가 뱉어내는 허영은 길거리에 어지럽다. 마스크로 틀어막은 두려움은 바람에 쓸린 낙엽처럼 쌓여만 가고 두려움이 빼앗아간 두 번의 붉은 가을이 줄에 묶인 채 나를 따라온다. 이미 어두움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쫓기고 누가 스위츠를 올렸는지 가로등이 핀다. 목도리를 겹겹이 두른 후두(喉頭)에 찬 바람이 달려와 몸을 숨기고 아무 그리움도 없이 나는 늦가을을 생각한다. 내 의식 속에는 낭만도 감수성도 사라졌다. 박명(薄明)의 빛을 밟으며 총총히 걸어 새들처럼 안식처를 찾는 ..

나의 창작시 2021.11.16

낙엽지는 소리

낙엽지는 소리 달빛이 서리는 늦가을 창가에 바람도 없는데 낙엽이 진다. 우수수 떨어진 낙엽은 오롯이 쌓이고 포개진 낙엽 위에는 고독이 고인다. 오동잎이 너붓너붓 내려앉을 때면 가슴속에 온통 허무가 차오르고 새끼 잃은 들꿩처럼 가슴이 먹먹하다. 무너지는 것들과 떠나는 것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아픔을 주고 사라지는 것들과 죽어가는 것들은 괴로움과 큰 고통을 안겨준다. 나 또한 어느날에 낙엽처럼 지며는 누군가의 가슴에 슬픔이 될 테지 늦가을 밤 공기는 선득하고 잎 잃은 나뭇가지는 처량하다. 낙엽지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리고 막연한 불안감은 정수리를 누른다. 아! 나도 이제는 많이 늙었나보다. 2021.11.15

나의 창작시 2021.11.15

계절의 윤회(輪回)

계절의 윤회(輪回)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잎이 피고 잎이 낙엽으로 지고 해마다 윤전(輪轉) 되는 계절에는 희원(希願)과 허무(虛無)도 반복된다. 꽃밭을 뛰놀며 풀밭을 헤집던 연골이 무르익던 시절에는 계절의 되풀이와 생(生)의 관조에 둔했다. 혈기방장하던 내 젊음이 일흥과 도취에 동분서주할 때 이학(理學)의 원리와 법칙에 무관했다. 백발설염(白髮雪髥)의 희수(喜壽)에 이르니 비로소 계절의 윤회(輪回)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독파하며 텅 빈 공중에 휘날리는 추풍낙엽에서 흥망의 덧없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계절변동조절이 이뤄지면 동한(冬寒)의 계곡 끝에 춘절이 있다. 저 쏟아지는 낙엽 더미에 묻힌 새파란 맹아(萌芽)들의 촉수(觸手)가 대지(大地)를 찢고 개벽(開闢)하리라. 지금도 수레바퀴는 돌고 있다. 나 또한..

나의 창작시 2021.11.13

낙엽을 보며

낙엽을 보며 비바람이 휩쓸고 간 나무마다 달라붙었던 잎들을 몽땅 털어버렸다. 가지들은 비록 앙상해도 나무는 승리한 장수처럼 우람하다. 길거리에 흐트러진 나뭇잎들과 바람에 뒹구는 빛바랜 조각들은 녹색식물의 물질대사와 동화작용의 그 치열했던 싸움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의무로 징집된 병사들의 전쟁터에서 널브러진 시체들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진 낙엽에서 비애를 본다. 언제나 졸(卒)과 병(兵)은 버림받고 장(將)과 군(君)은 영웅이 된다. 헤밍웨이의 전쟁실화가 늦가을 길거리에서 재현된다. 한 시절의 새파란 꿈을 도둑맞은 낙엽지는 길거리는 마냥 어지럽다. 누가 낙엽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사한 학도병처럼 가여울 뿐이다. 2021.11.11

나의 창작시 2021.11.1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