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또 한 번의 가을

신사/박인걸 2021. 9. 19. 21:20

또 한 번의 가을

 

한가위 들녘에는

못다 핀 꽃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쑥부쟁이 용담초 산국 꽃 향유 투구꽃

찬바람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음을

예리한 촉으로 알아차려서다.

그래선지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아래 유난히 애잔하다.

이제 곧 나뭇잎마저 붉은 꽃이 되면

지나치게 익어가는 나는

작년 보다 더 여윈 뺨에 서럽고

시월 찬 서리 무참히 짓밟을 때면

그 곱던 흰 국화마저 스러지면 어쩌나

아!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늦게 핀 꽃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지랑이 붉은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리라는 나의 꿈은

바람에 가물거리는 등잔불이 되겠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오늘은 더더욱 서글프다.

20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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