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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가을
한가위 들녘에는
못다 핀 꽃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쑥부쟁이 용담초 산국 꽃 향유 투구꽃
찬바람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음을
예리한 촉으로 알아차려서다.
그래선지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아래 유난히 애잔하다.
이제 곧 나뭇잎마저 붉은 꽃이 되면
지나치게 익어가는 나는
작년 보다 더 여윈 뺨에 서럽고
시월 찬 서리 무참히 짓밟을 때면
그 곱던 흰 국화마저 스러지면 어쩌나
아!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늦게 핀 꽃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지랑이 붉은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리라는 나의 꿈은
바람에 가물거리는 등잔불이 되겠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오늘은 더더욱 서글프다.
20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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