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붉게 피던 그해 봄처럼 올해도 진달래 곱게 필 때 연분홍 치마폭 휘날리며 달려오던 그 때 그 소녀가 떠오른다. 목련 빛 하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빼들고 별빛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는 아직도 내 가슴에 있다. 다소곳한 소녀의 표정과 보조개가 유난히 움푹한 볼에서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올 때면 내 가슴은 달아올랐고 어쩌다 소녀의 집앞을 지날 때면 가던 길을 멈춘 채 서성이다가 혹여 그 소녀와 마주칠 때면 반가운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연년이 봄은 이렇게 오는데 꽃향기 벌 나비 모아들이는데 소녀의 소식은 감감하고 백발노인은 먼 하늘만 바라본다. 202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