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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390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붉게 피던 그해 봄처럼 올해도 진달래 곱게 필 때 연분홍 치마폭 휘날리며 달려오던 그 때 그 소녀가 떠오른다. 목련 빛 하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빼들고 별빛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는 아직도 내 가슴에 있다. 다소곳한 소녀의 표정과 보조개가 유난히 움푹한 볼에서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올 때면 내 가슴은 달아올랐고 어쩌다 소녀의 집앞을 지날 때면 가던 길을 멈춘 채 서성이다가 혹여 그 소녀와 마주칠 때면 반가운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연년이 봄은 이렇게 오는데 꽃향기 벌 나비 모아들이는데 소녀의 소식은 감감하고 백발노인은 먼 하늘만 바라본다. 2023.3.16

나의 창작시 2023.03.16

꽃의 영혼

꽃의 영혼 얼음 바람이 부는데 올해도 꽃은 작년처럼 핀다. 설연화 눈을 헤치고 피더니 노로귀 하늘거리며 얼굴을 내민다. 납월홍매, 유채, 생강나무, 산수유가 앞다투어 일제히 피어난다. 제각기 색깔과 향을 뿜어대며 찬 바람에도 피어나는 꽃을 보면 우주 어디에 잠자고 있던 고운 림보들이 시간에 맞춰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한겨울 죽음에 눌렸던 세상을 감당하기 힘든 새 생명의 빛으로 폭죽처럼 피어오를 때 겨우내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뛴다. 이제 곧 새 세상이 열리고 이전에 경험했던 장엄함이 펼쳐지면 산에는 노루와 산양이 풀을뜯고 들에는 억조창생들이 초록을 이루며 봄새들 지치지 않는 날갯짓으로 마음껏 노닐며 자유를 누릴 것이다. 꽃의 영혼은 나의 영혼을 일깨우며 향기 진동하는 동산으로 아주 힘있게 끌어당기고 있다...

나의 창작시 2023.03.15

희한한 일

희한한 일 오늘은 비가 하늘로 쏟아지고 거꾸로 선 사람이 걸어간다. 낮은 산들이 하늘로 떨어지고 강물은 산위로 흘러간다. 보랏빛 구름은 강물처럼 흐르고 붉은 빛 산수유가 메마른 산기슭에 누워있다. 날개 없는 까치들이 나무위를 걸어다니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고라니떼가 어린아이들을 따라다닌다. 아직 민들레가 피지 않았지만 꽃향기 동산에 진동하고 진달래 붉게 피던 강 언덕에는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노래가 흐른다. 기억을 잃어버린 새들은 봄이 온 땅을 잊어버린 채 긴 목을 빼 들고 비틀거리다 어느 강가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여기가 타계(他界)인가 싶어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나는 살아있었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내 모습에서 유체이탈을 의심한다. 가끔 내 눈에는 희한한 일이 보인다. 2023.3.12.

나의 창작시 2023.03.13

도시의 밤

도시의 밤 낯익은 도시에 저녁노을 사라진 뒤 어둠은 서서히 장막처럼 쏟아지고 일렬로 선 가로등이 저녁별처럼 빛날 때면 시간에 쫓기는 자동차 물결과 어디론가 달려가는 발걸음 소리 각각 다르게 다가오는 빌딩마다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고 꺼지지 않는 창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도시의 밤 풍경은 매번 다르게 다가오지만 휘황한 조명이 사방으로 쏟아질 때면 신들의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마천루는 경외심마저 자아내고 인간의 욕망이 배제된 바벨탑은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예술이다. 어쩌다 나선 밤길에서 아름다운 도시에 홀딱 반한다. 2023.3.12

나의 창작시 2023.03.12

숨고싶다

숨고싶다. 온종일 태양은 구름에 갇혀 발버둥 칠 뿐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림자에 눌린 도시에는 지나가는 차들도 짜증을 낸다. 얼음꽃처럼 핀 매화꽃이 사정없이 부는 봄바람에 꺾일 때 피어나다지는 꽃을 보면 어릴 적 홍역에 죽은 아이가 생각난다.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 도시 비둘기는 아직도 배를 못 채우고 꾸욱 거리며 두리번거린다. 검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너저분한 삶의 쪼가리들이 어지럽게 도로 위에서 뒹군다. 이런 날이면 여지없이 나의 의식은 사막길을 걷는다. 가고 가도 끝없는 나 홀로 고독했던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흙먼지 뒤집어쓰고 힘없이 걸을 때 내 영혼의 깊은 탄식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모래에 묻고 썩은 동아줄도 사라진 벌판에서 무너지는 흙 언덕을 밟고 또 밟던 거기는..

나의 창작시 2023.03.10

봄비 오는 아침

봄비 오는 아침 소리없이 내리는 봄비에 갓 피어난 매화꽃이 움츠리고 뾰족하게 내미는 옥잠화 새싹이 간지럽지만 꾹 참고 있다. 든든히 뿌리내는 나무들은 양팔 치켜들고 봄비를 환영하고 깃털을 털며 모이를 찾는 비둘기는 빗물에 갈한 목을 축인다. 우산을 쓴 사람들은 어디론가 부지런히 걷지만 지루했던 겨울을 멀리 밀어낸 봄비에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비를 맞으며 좁을 길을 걸을 때면 두근두근 마음은 설레고 겨우내 묵은 체증은 사라지고 마음 밑변에서 새싹이 돋는다. 2023.3.9

나의 창작시 2023.03.09

아침 창가에서

아침 창가에서 아침 햇살은 구름을 재치고 일어서고 산들바람은 드넓은 들판을 걷는다. 새들은 하늘 운동장에서 뛰고 세상은 천지창조때 기분이다.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하루를 벅차게 맞이할 때면 원초적 설렘과 기대감이 심장 옆에서 정수로 뛰어 오른다. 신은 틀림없이 인간에게 날마다 새 아침을 선물하여 신선한 기운과 열정으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게 하신다. 일상에 지쳐 축늘어진 어깨가 간밤의 휴식에도 펴지지 않지만 맑은 공기와 찬란 햇살에 알 수 없는 애너지가 온 몸을 감싼다. 말없이 폐부까지 스며드는 루하흐의 생명력이 심장을 흔든다. 2023.3.8

나의 창작시 2023.03.08

혼잣말

혼잣말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어디일까.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달아나고 텅빈 가슴에 아픔만 고여있다. 젊음을 바쳐온 시간들이 조각난 유리처럼 쏟아진 거리에 필멸의 운명에 대한 허무의 존재가 휘청거리며 길을 걷는다. 처음부터 스러질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붙잡고 놓치면 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안간힘으로 발버둥 쳤다. 길거리에 어둠이 내려앉고 스산한 바람에 낡은 기억이 뒹군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꿈이 죽지 않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 그러나 어리석은 욕망인 것을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사라진 비행기의 항적운처럼 제풀에 소멸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아! 오늘은 매화가 피었어도 가슴에는 가을바람이 스친다. 2023,3,6

나의 창작시 2023.03.06

오는 봄

오는 봄 강바람이 봄 싣고 왔네. 흐르는 강물이 춤을 추네. 양지쪽에 봄이 노니네. 노랑나비 나풀거리네. 앞뜰에도 봄이 앉았네. 이른 매화꽃 활짝웃네. 종달새 봄 하늘 넘노네. 조잘대며 짝을 찾네. 돌담길에 싹이 돋네. 아지랑이 맘을 흔드네. 진달래꽃 머잖아피겠네. 살구꽃 환하게 피겠네. 년년 춘색 봄은 오는데 인생은 어찌 늙는가. 곱던 얼굴에 검버섯 피니 새봄이 왔건만 노인은 우울하네. 2023.3.1

나의 창작시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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