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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시 1374

벚나무

벚나무 봄볕에 만개한 벚꽃 송이가 살랑대는 봄바람에 춤을 추며 짙은 꽃 향을 발산할 때 나는 가던 발걸음 잠시 멈춘다. 꽃송이처럼 피어나던 젊은 시절의 영롱한 나의 꿈이 물감처럼 진하게 번져나가며 온 세상을 점령할 듯하였는데 한잎 두잎 떨어져 내린 꽃잎처럼 시들시들 뒤안길에 묻히고 잎만 무성한 나무처럼 열매 하나 없는 내 모습을 본다. 꽃과 향기는 일순간에 지나가고 칭송과 자랑은 잠시일 뿐 아무도 눈길 주지 않을 꽃나무는 며칠 영화에 취한 것같아 안타깝다. 2023.4.3

나의 창작시 2023.04.03

봄날의 기억

봄날의 기억 돌나물이 돌담 사이에서 돋는 봄날 어머니가 감자눈을 자르면 아버지는 삼태기에 담아 사래긴 밭에 정성스레 묻었다. 봄 서리 맞으며 올라오는 감자 싹을 굼벵이가 싹둑 잘라 버렸다. 허망한 눈빛의 아버지가 차마 굼벵이를 죽이지 못하고 멀리서 놀고 있는 수탉을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 한 입에 삼켰다. 아직 어렸던 나는 꼬물대는 굼벵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이 오면 산비둘기 먼 산에서 구슬피 울고 몸빼 바지입은 어머니는 뭉툭한 호미로 감자밭을 맸다. 저녁해가 산마루에 걸리 때면 간신히 허리를 편 어머니는 아픈 허리를 두둘기며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도 울 어머니는 불쌍하다. 2023.3.29

나의 창작시 2023.03.29

목련 꽃

목련 꽃 올해도 목련 꽃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드레스 걸친 신부처럼 눈부시게 햇살에 빛난다. 샛노란 산수유 연분홍 살구나무 꽃 일찍피어나는 매화꽃 숲에서 꽃중의 꽃 목련이 활짝 피었다. 새하얀 교복 칼라에 천사처럼 빛나던 소녀의 얼굴이 이른 봄 피어난 목련꽃에서 활짝 웃으며 내게로 다가온다. 해마다 봄이면 가슴설레던 홍안 소년의 그리움이 세월의 긴 강을 건너 왔어도 목련 꽃 앞에서 여전히 흔들린다. 2023.3.23

나의 창작시 2023.03.23

애타는 마음

애타는 마음 생강나무 꽃 노랗게 피고 진달래 꽃 망울 터트릴 때면 밭 이랑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은 봄볕에 흔들린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냇물 여전히 여울지며 흐르는데 그 시절 함께 걷던 너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꽃향기 비처럼 쏟아지고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던 봄날 우리는 신작로를 걸으며 마음과 마음을 엮었지. 이제는 꿈결같이 아스라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네가 그리워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 들고 사방을 둘러 보아도 너의 옛 정취는 어디에도 없고 봄바람만 나의 속을 끓인다. 2023.3.18

나의 창작시 2023.03.18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피던 날 진달래 붉게 피던 그해 봄처럼 올해도 진달래 곱게 필 때 연분홍 치마폭 휘날리며 달려오던 그 때 그 소녀가 떠오른다. 목련 빛 하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빼들고 별빛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는 아직도 내 가슴에 있다. 다소곳한 소녀의 표정과 보조개가 유난히 움푹한 볼에서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올 때면 내 가슴은 달아올랐고 어쩌다 소녀의 집앞을 지날 때면 가던 길을 멈춘 채 서성이다가 혹여 그 소녀와 마주칠 때면 반가운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연년이 봄은 이렇게 오는데 꽃향기 벌 나비 모아들이는데 소녀의 소식은 감감하고 백발노인은 먼 하늘만 바라본다. 2023.3.16

나의 창작시 2023.03.16

꽃의 영혼

꽃의 영혼 얼음 바람이 부는데 올해도 꽃은 작년처럼 핀다. 설연화 눈을 헤치고 피더니 노로귀 하늘거리며 얼굴을 내민다. 납월홍매, 유채, 생강나무, 산수유가 앞다투어 일제히 피어난다. 제각기 색깔과 향을 뿜어대며 찬 바람에도 피어나는 꽃을 보면 우주 어디에 잠자고 있던 고운 림보들이 시간에 맞춰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한겨울 죽음에 눌렸던 세상을 감당하기 힘든 새 생명의 빛으로 폭죽처럼 피어오를 때 겨우내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뛴다. 이제 곧 새 세상이 열리고 이전에 경험했던 장엄함이 펼쳐지면 산에는 노루와 산양이 풀을뜯고 들에는 억조창생들이 초록을 이루며 봄새들 지치지 않는 날갯짓으로 마음껏 노닐며 자유를 누릴 것이다. 꽃의 영혼은 나의 영혼을 일깨우며 향기 진동하는 동산으로 아주 힘있게 끌어당기고 있다...

나의 창작시 2023.03.15

희한한 일

희한한 일 오늘은 비가 하늘로 쏟아지고 거꾸로 선 사람이 걸어간다. 낮은 산들이 하늘로 떨어지고 강물은 산위로 흘러간다. 보랏빛 구름은 강물처럼 흐르고 붉은 빛 산수유가 메마른 산기슭에 누워있다. 날개 없는 까치들이 나무위를 걸어다니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고라니떼가 어린아이들을 따라다닌다. 아직 민들레가 피지 않았지만 꽃향기 동산에 진동하고 진달래 붉게 피던 강 언덕에는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노래가 흐른다. 기억을 잃어버린 새들은 봄이 온 땅을 잊어버린 채 긴 목을 빼 들고 비틀거리다 어느 강가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여기가 타계(他界)인가 싶어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나는 살아있었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내 모습에서 유체이탈을 의심한다. 가끔 내 눈에는 희한한 일이 보인다. 2023.3.12.

나의 창작시 2023.03.13

도시의 밤

도시의 밤 낯익은 도시에 저녁노을 사라진 뒤 어둠은 서서히 장막처럼 쏟아지고 일렬로 선 가로등이 저녁별처럼 빛날 때면 시간에 쫓기는 자동차 물결과 어디론가 달려가는 발걸음 소리 각각 다르게 다가오는 빌딩마다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고 꺼지지 않는 창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도시의 밤 풍경은 매번 다르게 다가오지만 휘황한 조명이 사방으로 쏟아질 때면 신들의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마천루는 경외심마저 자아내고 인간의 욕망이 배제된 바벨탑은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예술이다. 어쩌다 나선 밤길에서 아름다운 도시에 홀딱 반한다. 2023.3.12

나의 창작시 2023.03.12

숨고싶다

숨고싶다. 온종일 태양은 구름에 갇혀 발버둥 칠 뿐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림자에 눌린 도시에는 지나가는 차들도 짜증을 낸다. 얼음꽃처럼 핀 매화꽃이 사정없이 부는 봄바람에 꺾일 때 피어나다지는 꽃을 보면 어릴 적 홍역에 죽은 아이가 생각난다.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 도시 비둘기는 아직도 배를 못 채우고 꾸욱 거리며 두리번거린다. 검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너저분한 삶의 쪼가리들이 어지럽게 도로 위에서 뒹군다. 이런 날이면 여지없이 나의 의식은 사막길을 걷는다. 가고 가도 끝없는 나 홀로 고독했던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흙먼지 뒤집어쓰고 힘없이 걸을 때 내 영혼의 깊은 탄식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모래에 묻고 썩은 동아줄도 사라진 벌판에서 무너지는 흙 언덕을 밟고 또 밟던 거기는..

나의 창작시 2023.03.10

봄비 오는 아침

봄비 오는 아침 소리없이 내리는 봄비에 갓 피어난 매화꽃이 움츠리고 뾰족하게 내미는 옥잠화 새싹이 간지럽지만 꾹 참고 있다. 든든히 뿌리내는 나무들은 양팔 치켜들고 봄비를 환영하고 깃털을 털며 모이를 찾는 비둘기는 빗물에 갈한 목을 축인다. 우산을 쓴 사람들은 어디론가 부지런히 걷지만 지루했던 겨울을 멀리 밀어낸 봄비에 하나같이 표정이 밝다. 비를 맞으며 좁을 길을 걸을 때면 두근두근 마음은 설레고 겨우내 묵은 체증은 사라지고 마음 밑변에서 새싹이 돋는다. 2023.3.9

나의 창작시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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